오피니언 사설

잠재성장률 0.8%, 한국 경제의 암담한 앞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저성장의 내리막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안갯속 앞날을 앞두고 있다.

저성장의 내리막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안갯속 앞날을 앞두고 있다.

OECD 꼴찌, 나랏빚 증가 속도는 1위

기업 활력 살려 고용 늘려야 추락 막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가 잠재성장률 최하위권 국가로 낙인찍혔다. 어제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60년까지의 재정전망보고서’에 의해서다. 지금 당장의 얘기가 아니어서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예정된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은 2030~2060년 연간 0.8%로 추정됐다. 2007~2020년 연간 2.8%이던 것이 2020~2030년 연간 1.9%로 떨어진 뒤, 2030~2060년에는 0%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키가 다 자란 청소년처럼 성장이 멈추고, 마치 1990년을 정점으로 경제 성장이 사실상 제자리걸음 중인 일본처럼 된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이 멈추게 되면 경제 활력은 급속도로 떨어진다.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복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나랏빚 증가 속도가 35개 선진국 중 1위라는 경고도 어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나왔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고용이 줄고 직장에 다녀도 일본처럼 월급이 안 오르는 상태가 일상화된다. 지난 30년간 일본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보면 된다.

2030~2060년의 연간 잠재성장률 0.8%는 캐나다와 더불어 OECD 38국 중 공동 꼴찌다. 미국(1%)·일본(1%) 등 주요 20개국(G20)의 평균(1%)보다 낮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를 넘어선 미국보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만성 침체에 시달리는 일본보다 더 침체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주저앉아 대한민국의 예고된 미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간 우리나라 성장률은 사회·경제·정치 문제가 맞물려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을 거듭해 왔다. 사회적으로 보면 연애·결혼·육아가 어려워지면서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인 0.8로 떨어졌다. 인구 감소는 소비와 생산의 동반 하락을 일으킨다. 결국 노동력과 취업자는 물론 세금 낼 사람이 줄면서 경제가 쪼그라든다. 여기에 정치 무능이 결합하면서 성장률은 더 악화된다.

한국이 예고된 미래의 낙오자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청년이 쉽게 취직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당장 기업 활력을 꺾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취업문이 열리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을 수 있을 것 아닌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포퓰리즘을 앞세워 기업을 옥죄고, 진짜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회성 고용 수당을 남발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여야 대선후보들부터 OECD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당장 공약에 반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