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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가 저절로” 2년 만에 무대…배우도 관객도 맘껏 즐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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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일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페페의꿈’에 참여한 박현철·정다운·방은지 배우(왼쪽부터). 허정원 기자

3일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페페의꿈’에 참여한 박현철·정다운·방은지 배우(왼쪽부터). 허정원 기자

“공연을 보며 율동과 춤을 따라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어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서울 면목초 5학년인 이근원(11)양은 모처럼 만의 연극 관람에 잔뜩 들떠있었다. 이날 중랑구 면목초 5학년 131명은 단체로 창작극 ‘페페의 꿈’을 관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간 현장학습이 제한됐지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며 2년 만에 공연 관람을 즐겼다.

배우 3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공연이지만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율동을 하거나 주인공의 이름을 외치며 공연에 동참했다. ‘잠자는 공주를 위한 파반느’, ‘난장이 톰’, ‘미녀와 야수의 대화’, ‘요정의 정원’ 등 기존에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과 동화가 공연 내용에 함께 녹아있었다. 공연이 끝난 다음에도 학생들은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되며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규모 아동·청소년 공연단체도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에 6억원의 문화예술단체 지원 예산이 포함됐다. 이 예산으로 올해 총 21개 단체가 94회 공연을 할 예정이다. 서울시내 69개 학교 학생들이 무료로 이 공연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날 공연 역시 서울시의 지원사업을 통해 준비됐다.

서울시가 관련 예산을 편성한 건 그간 코로나19로 공연업계의 피해가 컸던 탓이다. 이날 페페의 꿈을 연기한 박현철(극 중 라벨), 정다운(페페), 방은지(톰 외) 배우는 공연 후 “오랜만에 배우도 관객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그간 공연이 있더라도 비대면으로 영상을 촬영해 편집하다 보니 관객과의 호흡이 없고 암흑 속에서 리허설만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공연업계가 꼽은 ‘코로나 난관’ 1순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공연업계가 꼽은 ‘코로나 난관’ 1순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0 아동·청소년 공연예술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연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피해로 공연취소 및 연기(75.9%)를 꼽았다. 16.1%는 ‘새 유통방식을 구상 중’이며 3.6%는 ‘온라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아동·청소년 공연 분야의 경우 주관객 연령이 5~7세(44.8%)로 편중돼 다양한 창작물이 나오지 못하는 등 기존의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2년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을 24억3300만원으로 확대하고, 공연 대상 학교도 606개교로 8.8배 늘려 잡았다. 아동·청소년 공연 업계의 경우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날 공연을 기획한 ‘㈜티비이엔티’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뮤지컬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어린이 공연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여전히 코로나 위기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소년들의 순수예술 관람 경험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2020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의 20.5%만이 연극 관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예술은 23.4%, 음악은 17.4%, 무용은 14.4% 수준이었다.

면목초 5학년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한정이 담임교사는 “3~6학년 국어 과정에 연극이 나오는데, 원래도 단체 공연 관람이 쉽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더더욱 기회가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값진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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