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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 없어도 상속' 형제자매 유류분 권리 44년만에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배우자·부모·자녀가 없이 사망한 사람의 형제자매가 고인의 생전 의사와 상관없이 재산 중 일부를 상속받을 권리가 사라진다. 현재는 형제자매도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민법에 규정돼 있는데, 법무부가 이를 없애기로 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상속 시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상속 시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제외하는 민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유류분(遺留分)은 고인의 뜻과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법무부, “형제자매 유대 약화…유언의 자유·효력 강화해야” 

현재는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손자녀)의 경우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정해놨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인이 가족이 아닌 제삼자에게 유언을 통해 재산을 모두 상속하고 싶어도 유류분만큼은 줄 수 없다.

유류분 제도는 1960년 시행된 제정 민법에는 없었지만1977년 도입됐다. 과거 상속이 주로 장남에게만 이뤄지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을 비롯한 다른 자녀에게 생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해 주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40년이 훌쩍 지난 현재 농경사회와 대가족제를 전제로 한 가산(家産) 관념이 희박해진 데다, 형제‧자매의 경우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져 상속분에 대한 기대를 보장할 필요성이 낮아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법무부는 유류분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형제자매의 유대관계가 과거보다 약해진 만큼 고인이 자신의 재산을 더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유언의 자유와 효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정 심의관은 “학계에서는 유류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된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맞다고 보고 형제자매 유류분 삭제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유류분 제도가 있는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가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참조했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제도가 폐지되면 직계가족이 없는 망인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단체 등에 모든 재산을 상속할 수 있게 된다. 생전 연락이 끊겼거나 불화 관계에 있던 형제자매가 법적 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는 길도 사라진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미혼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상속 시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미혼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상속 시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혼 독신자 친양자 입양 허용 

또한 법무부는 혼자 양육할 능력이 충분한 미혼 독신자가 친양자(親養子)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날 함께 입법 예고했다.

친양자 입양은 일반 입양과 달리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종료된다. 자동으로 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상속도 양부모로부터만 받을 수 있다. 현행 민법(908조의2)은 친양자 입양의 요건을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미혼 독신자의 경우 양자를 키우려는 의사와 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없고 일반 입양만 신청할 수 있었다.

법무부 개정안에 따르면 반드시 혼인 중인 부부가 아니더라도 친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25세 이상의 사람이라면 독신자라도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다.

다만 입양허가 시 가정법원이 고려해야 하는 필수 요소에 양육상황·양육능력뿐만 아니라 양육시간, 입양 후 양육환경을 추가해 충실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 입양 허가 전 가사조사관을 통해 입양 환경 등을 사실 조사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독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양자 입양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독신자 가족생활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법무부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해 1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또 가정폭력 피해자가 배우자나 직계혈족을 상대로 지방자치단체 등 가족관계등록관서에 가족관계증명서 교부·열람·공시 제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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