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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겨울 화력발전소 멈추나···"요소수 재고 한달치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소수 대란’이 물류‧교통에 이어 에너지 분야까지 번질 조짐이다. 국내 주요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요소수의 재고가 한 달 치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요소수는 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데 사용된다. 배출량 기준을 맞추지 못 하면 난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일부 발전소를 세워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자원회수시설에서 관계자가 요소수 공급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자원회수시설에서 관계자가 요소수 공급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요소 재고, 22일이면 떨어진다

9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5개 발전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전 5사 중 3곳에서 요소수 재고가 한 달 사용분밖에 남지 않았다. 울산‧동해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동서발전은 지난 4일 기준 총 335t의 요소수를 비축하고 있다. 동서발전이 화력발전을 위해 지난해 사용한 요소수는 5611t이다. 월평균 사용량이 478t에 달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요소수 335t은 22일이면 소진되는 양이다.

화력발전 요소수 사용량 및 재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화력발전 요소수 사용량 및 재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화력발전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데 요소수나 암모니아수를 사용한다.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초과하면 개선명령, 과징금 부과, 조업 정지 순으로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발전소 가동에 요소수가 꼭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내 에너지 생산 중 석탄 비중은 35.6%로 가장 높았다. 발전업계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겨울철에 화력발전이 중단될 경우 전력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달간 약 5000t 썼는데, 250t 남았다

삼천포‧영동 화력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남동발전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4865t의 요소수를 사용했다. 삼천포와 영동 화력발전이 4일 기준 보유한 요소수는 총 258t 분량이다. 10월까지의 사용량이 이어진다고 보면 약 16일이면 요소수 재고가 바닥난다. 서울‧신서천‧제주 화력발전에서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4911t의 요소수를 쓴 한국중부발전은 총 567t의 요소수가 남은 상황이다. 약 35일 치다.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남동발전 관계자는 “요소수를 동남아 등에서 따로 소량 구매하고 있지만 수급이 언제 끊길지는 모르는 상황”이라며 “요소수가 부족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허가 기준을 넘을 수밖에 없어 발전 정지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부발전 관계자 역시 “현재 탱크에 남아 있는 재고량은 약 한 달 정도 쓸 수 있는 정도”라며 “요소수 물량을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웃돈이라도 주고 사려고 수소문”

한국남부발전은 상대적으로 재고에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남부발전의 남제주‧영월 화력발전소엔 각각 99t과 64t의 요소수가 남아있다. 두 발전소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630t·285t의 요소수를 사용했다. 이 추세대로면 각각 48일, 69일 뒤에 재고가 바닥난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요소수 납품업체에서 요소가 없다고 해 돈이 많이 들더라도 구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라며 “재고가 계속 줄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한국서부발전의 경우 태안화력발전의 기존 탈질설비만으로 배출허용기준을 맞출 수 있어 요소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기준 완화는 없다”…전력대란 오나

최악의 경우 배출가스 규제를 풀어서라도 발전소 가동을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복수의 발전소 관계자는 “차량과 달리 발전소는 요소수 없이도 가동이 가능하다”며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요소수 사용량 절감을 위한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완화, 발전업종 필요물량 확보를 위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배출가스 기준 완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 영향이나 인근 주민 피해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든 기준이다 보니 이를 완화하긴 어렵다”며 “발전소에서 요소수 공급처를 찾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체 화력발전 중 요소수를 사용하는 곳은 10%가 조금 넘는다"며 "다른 화력발전은 요소수가 없어도 가동할 수 있고 겨울철 전력사용량을 고려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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