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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혐의 체포설' 돈 화이자 CEO…부실 임상 폭로,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12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 등 병원 종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 등 병원 종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의 유명 의학회지에 화이자사(社)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보고서가 실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연구진 내부고발을 통해 화이자 백신이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부작용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에 국내외에선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가 사기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실린 문제가 화이자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 결과를 흔들 만큼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과 함께 알아봤다.

英 의학저널서 화이자 백신의 3상 임상 과정 문제 제기

이런 주장은 지난 2일 영국의학저널(BMJ)의 한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언론인 폴 태커는 화이자 백신의 3상 임상시험 과정에 참여했던  벤타비아리서치그룹(Ventavia Research Group)의 전 이사였던 브룩 잭슨(Brook Jackson)이 제공한 녹취와 회사 내부 문서, 이메일 등을 기반으로 백신 임상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인 폭로 내용을 보면 우선 실험실의 허술한 관리 문제가 지적됐다. 임상시험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바늘이 폐기물 수거함이 아닌 일반 (멸균)봉투 등에 버려진 점 등이 예시로 거론됐다. 또 환자와 의료진 모두 임상이 끝날 때까지 시험약과 대조약 중 어떤 약을 투여했는지 모르게 진행해야 하는 이중맹검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환자나 의료진의 선입견이 작용해 임상시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중증 부작용 조사가 부족했던 점과 백신의 온도관리가 허술했던 점 등이 임상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룩 잭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불건전한 관행에 대해 경고하고 이메일로 우려사항을 보고했으나 오히려 해고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폭로 내용 사실이라고 해도 영향은 미미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완료율 60%를 돌파한 12일 충남 계룡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완료율 60%를 돌파한 12일 충남 계룡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폭로 내용이라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부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현재까지 제기된 주장의 경우 발표된 결과를 흔들 만큼의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제기된 문제 중 그나마 이중맹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일부 영향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본인이 물백신(대조약)을 맞았다고 생각하면 편견이 생겨 부작용 보고를 적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차피 예방효과는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를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작성된다”며 “이중맹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임상에서 일부 원칙을 무시한 게 사실이라면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해당 연구기관에서 관리했던 임상 참여자는 일부이기 때문에 전체 결과를 뒤집을 정도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화이자 백신의 3상 임상시험에는 153개소에서 4만4000명의 피실험자가 참여했는데 벤타비아의 경우 브룩 잭슨이 근무했을 때 약 1200명 정도의 피실험자를 관리했다. 전체 참여자의 약 2.5% 정도다

“백신 온도·주사 바늘 관리 미흡, 임상 결과 영향 주기 어려워”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가 10월 12일 화요일 그리스 북부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가 10월 12일 화요일 그리스 북부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사 바늘 등에 대한 폐기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나 백신 온도관리가 허술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그건 의료진의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이지 결과에 영향을 주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마 부회장은 “물론 FDA가 미국산 백신에 대해 호의적인 부분은 있다”면서도 “백신 접종에 대해 함부로 결정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백신 온도관리가 잘 안 됐을 경우 오히려 백신 예방효과에 마이너스가 되지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전 세계 수억명의 사람들이 실제 백신 접종을 완료하며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상반응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증상들 외에 새로운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 부회장은 “mRNA 백신 접종 후 나타나고 있는 심낭염, 심근염의 경우 처음에는 배제됐던 문제였다”며 “정부가 임상 결과와 별개로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랄프 르네 라이너르트 글로벌 화이자 백신사업부 의학부 사장은 이날 오후 한국화이자제약이 개최한 기자 상대 강연에서 "학회지가 화이자에 먼저 연락을 취해서 분석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 애석했다"며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세계 데이터가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것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국가에서 제기된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가 FBI에 체포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캐나다에 기반을 둔 한 가짜뉴스 웹사이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주장이 올라온 지난 5일,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CNN에 출연하며 공식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에도 트위터 활동을 하는 등의 공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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