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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욕망·몰입…천재의 조건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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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호 21면

히든 해빗

히든 해빗

히든 해빗
크레이그 라이트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타율 0.360을 기록하며 2021 프로야구 타격왕을 차지했다. 27년 전인 1994년 타율 0.393로 타율 1위였던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에 이어 세계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에 등극했다. 천재적인 타격 재능은 유전되는 걸까.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역대 타격왕 아들들이 모두 다 이정후처럼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나의 조상들을 찾아보고 살펴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 했다. 피카소의 네 아들도 뛰어난 화가가 되지 못했다.

야구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논란은 숱하게 많았다. 천재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의 사례도 무궁무진하게 많다. 미국 예일대학에서 ‘천재 강좌’ 강의를 해 온 크레이그 라이트 교수는 『히든 해빗』에서 “재능은 유전되지만 천재성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천재학’ 박사인 그는 “천재성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유전의 결과가 아니라 어떤 퍼펙트 스톰과 비슷하다”며 “천재는 본성과 양육 둘 다의 산물이며 행운이 따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뉴턴 등 인류역사상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던 다양한 분야 천재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재능 있는 사람은 아무도 맞힐 수 없는 과녁을 맞히고, 천재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과녁을 맞힌다”는 말이 있다. 감춰진 과녁을 가장 먼저 맞힐 수 있는 독창력이 천재성을 규정하는 핵심이라는 말이다.

『히든 해빗』을 읽는다고 우리가 천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천재들이 걸어 온 길, 천재를 만드는 숨은 습관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상상하고, 지식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채우고, 경계를 넘고 반대로 생각하며 몰입하는 천재들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듯한 환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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