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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기간, 백신 미접종자도 클럽 오라"…위드코로나 아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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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핼러윈 데이이자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지구 번화가 내 한 클럽 앞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모여 있다. 뉴시스

핼러윈 데이이자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지구 번화가 내 한 클럽 앞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모여 있다. 뉴시스

“‘위드코로나’와 동시에 말 그대로 아노미 상황이 된 것 같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이 시작된 이번 주 회식과 동창 모임 등 세 차례의 저녁 자리를 치른 30대 직장인 김모씨의 걱정이다. 그는 “‘확진자 늘면 또 언제 방역지침 강화될지 모른다’며 계도기간인 이번 주말에 클럽에 가자는 친구들도 있더라”고 혼란스러워했다. 이어 “‘이때다’ 싶은 마음에 통제력을 잃은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계도기간이 오히려 ‘방역 구멍’?

위드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선을 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제도 안착을 위해 정부가 계도기간을 뒀는데, 오히려 곳곳에서 방역 해이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부 유흥시설의 ‘꼼수 영업’이 대표적이다. 20대 남성 박모씨가 최근 유흥업소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는 계도기간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오는 7일까진 백신 미접종자도 이용 가능하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방역 조치를 위반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호객 행위였다. 박씨는 “지난 2년여간 모임을 자제했는데 핼러윈 뉴스 보니 나 빼고 다 놀러 가는 것 같더라”면서 “방역수칙 지켰던 게 상대적 박탈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드코로나도 시작했고 이번 주말엔 간만에 친구들과 신나는 음악 들으며 한잔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식당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지난 1일 저녁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많은 시민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식당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지난 1일 저녁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에서 많은 시민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일상 찾아야” vs “고생 물거품 될 수도” 

2년 만에 ‘비대면’에서 벗어난 대학생들의 ‘유흥 기대’는 유독 높다. 대학생 김모(21)씨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기 힘들 때 동아리 활동하기, 미팅하기, 클럽가기 등 대학생활 ‘버킷리스트’를 생각하며 버텼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실행을 보류해왔다. 드디어 하나씩 이룰 수 있단 생각에 들떠 있다”고 했다.

반면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신모씨는 “수능 2주가량 남은 시점에서 행여 코로나 걸릴까 봐 살얼음판 걷는 기분인데 방역 느슨해져 확진자 급증했다는 뉴스 보면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이 물거품 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사이자 클럽문화개선협회장인 임동욱(38)씨는 “얼른 일상으로 회복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지만, 이럴 때일수록 업주나 관계자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며 “특히 이태원은 지난해 클럽발 집단감염이라는 뼈아픈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클럽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게 자리 잡았던 부분도 코로나를 계기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면서 “안전문제는 엄중하게 관리하고 그동안 클럽이 해왔던 퍼포먼스나 문화적 측면들이 부각될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면서 목욕탕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일부 고위험 시설에는 접종 완료자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출입이 허용되는 가운데 제도 안착을 위해 1~2주일 계도기간을 정한 것을 두고 해당 시설 관리자와 이용자 모두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벌칙이나 행정처분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지, 제도 자체를 시행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시내 볼링장에 관련된 안내문이 놓여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면서 목욕탕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일부 고위험 시설에는 접종 완료자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출입이 허용되는 가운데 제도 안착을 위해 1~2주일 계도기간을 정한 것을 두고 해당 시설 관리자와 이용자 모두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벌칙이나 행정처분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지, 제도 자체를 시행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시내 볼링장에 관련된 안내문이 놓여있는 모습. 뉴시스

실내체육단체 “방역패스는 ‘정치 방역’” 

헬스장·탁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는 이용권 환불·연장 등을 감안해 오는 14일까지 2주간은 벌칙 없이 영업할 수 있다. 실내체육시설 자영업자들은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은 근거 없는 ‘정치 방역’”이라며 생존권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박주형 대한실내체육시설연합회 대변인은 “백신패스로 영향을 받는 미접종자 회원 비율이 평균 15%”라며 “많지 않아 보이지만, 실내체육시설은 회원권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들에 대한 환불금으로 수천만 원씩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내체육 단체는 지난 4일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발생한 영업 손실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주간 주어지는 계도기간 이후에도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전국 단위 시위와 헌법소원, 추가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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