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9월 29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전 성남시장)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전에 입막음이나 말 맞추기를 시도했단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원희룡 “압수수색 날 통화한 李 측근 또 있다”
정 부실장은 전날 “당시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전화를 걸어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 부실장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있다. 둘 다 이 후보의 복심”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관련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원 전 지사는 5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정민용 변호사 말고 측근의 통화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진행자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원 전 지사는 “네”라며 이 후보의 또 다른 측근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누구인지 알려지면) 파장이 큰 정도가 아니라 이 후보는 아마 후보를 내려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압수수색 당일) 오후 정도 되면 변호사가 붙는다. 누가 붙였을까”라며 “유 전 본부장과 기존에 알던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동규 변호인, 지인 소개로 유동규 만나
이와 관련,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 9월 28일 자신의 변호인을 만나 상담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3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휴대전화 폐기 시도와 관련해 “(압수수색)전날도 우리하고 상담하고 수면제 먹고 술 마시고 잤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검찰이 와서 문 열라고 하니까 기자들 전화도 오고 해서 ‘에라’하고 새로 만든 것도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원 전 지사의 말대로 지인으로부터 유 전 본부장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맡기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라고 한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으니 고소 대리를 맡아달라’는 지인의 부탁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을 만났고, 이후 유 전 본부장이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 변호를 맡게 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을 소개해 준 ‘지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경기도시주택공사(GH) 고문변호사를 지낸 적이 있다. 이 후보의 측근이기도 한 이헌욱 전 GH 사장은 “실무자의 추천으로 고문변호사에 위촉했을 뿐 나와는 얼굴도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언론 보도 전에 통화 몰랐다”
유 전 본부장은 자택 압수수색 당일 오후 자신의 변호인을 다시 만났다. 그는 자신의 측근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니 같이 가자’는 취지로 요청했고, 이 측근은 차량으로 그를 변호사 사무실까지 데려다준 것으로 파악됐다. 야당에선 유 전 본부장이 전날 누군가의 소개로 변호인과 접촉한 뒤 압수수색 직전 이 후보의 측근과 통화하고, 당일 오후 곧바로 변호사를 정식 선임하는 과정이 이 후보와 전혀 무관하진 않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전날 한 언론을 통해 “그날 통화한 것은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에선 “왜 특정한 사람들의 말을 갖고 계속 소설을 쓰느냐”(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 “앞뒤 끼워 맞춘 억지”(노웅래 공동정책본부장) 등의 불쾌한 반응이 나왔다.
한편, 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이 후보 측근 사이 통화 사실과 증거인멸 시도 사실을 알고서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소지한 휴대폰은 경찰에서 포렌식 중에 있고 검찰에 그 분석 결과가 통보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수사팀은 이어 “언론 보도 이전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정 부실장 간의 어떤 형태의 통화 사실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라고도 밝혔다. 수사 착수 한 달이 넘도록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검·경의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