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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정진상 통화 전후 미스터리…野 "알려지면 李 사퇴감"

중앙일보

입력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9월 29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전 성남시장)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전에 입막음이나 말 맞추기를 시도했단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에 체포(지난달 1일)되기 전인 지난 9월 30일 자신이 거주하는 용인시 보정동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에 체포(지난달 1일)되기 전인 지난 9월 30일 자신이 거주하는 용인시 보정동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캡처

원희룡 “압수수색 날 통화한 李 측근 또 있다”

정 부실장은 전날 “당시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전화를 걸어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 부실장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있다. 둘 다 이 후보의 복심”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관련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원 전 지사는 5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정민용 변호사 말고 측근의 통화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진행자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원 전 지사는 “네”라며 이 후보의 또 다른 측근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누구인지 알려지면) 파장이 큰 정도가 아니라 이 후보는 아마 후보를 내려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압수수색 당일) 오후 정도 되면 변호사가 붙는다. 누가 붙였을까”라며 “유 전 본부장과 기존에 알던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경북대학생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경북대학생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변호인, 지인 소개로 유동규 만나 

이와 관련,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 9월 28일 자신의 변호인을 만나 상담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3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휴대전화 폐기 시도와 관련해 “(압수수색)전날도 우리하고 상담하고 수면제 먹고 술 마시고 잤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검찰이 와서 문 열라고 하니까 기자들 전화도 오고 해서 ‘에라’하고 새로 만든 것도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원 전 지사의 말대로 지인으로부터 유 전 본부장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맡기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라고 한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으니 고소 대리를 맡아달라’는 지인의 부탁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을 만났고, 이후 유 전 본부장이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 변호를 맡게 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을 소개해 준 ‘지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경기도시주택공사(GH) 고문변호사를 지낸 적이 있다. 이 후보의 측근이기도 한 이헌욱 전 GH 사장은 “실무자의 추천으로 고문변호사에 위촉했을 뿐 나와는 얼굴도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난달 21일 특가법상 뇌물 등, 지난 1일 특경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에 비친 검찰 기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난달 21일 특가법상 뇌물 등, 지난 1일 특경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에 비친 검찰 기의 모습. 연합뉴스

중앙지검 “언론 보도 전에 통화 몰랐다”

유 전 본부장은 자택 압수수색 당일 오후 자신의 변호인을 다시 만났다. 그는 자신의 측근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니 같이 가자’는 취지로 요청했고, 이 측근은 차량으로 그를 변호사 사무실까지 데려다준 것으로 파악됐다. 야당에선 유 전 본부장이 전날 누군가의 소개로 변호인과 접촉한 뒤 압수수색 직전 이 후보의 측근과 통화하고, 당일 오후 곧바로 변호사를 정식 선임하는 과정이 이 후보와 전혀 무관하진 않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전날 한 언론을 통해 “그날 통화한 것은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에선 “왜 특정한 사람들의 말을 갖고 계속 소설을 쓰느냐”(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 “앞뒤 끼워 맞춘 억지”(노웅래 공동정책본부장) 등의 불쾌한 반응이 나왔다.

한편, 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이 후보 측근 사이 통화 사실과 증거인멸 시도 사실을 알고서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소지한 휴대폰은 경찰에서 포렌식 중에 있고 검찰에 그 분석 결과가 통보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수사팀은 이어 “언론 보도 이전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정 부실장 간의 어떤 형태의 통화 사실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라고도 밝혔다. 수사 착수 한 달이 넘도록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검·경의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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