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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만 요소수 품귀? 원료 98% 중국서 수입, 의존도 너무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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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소수 품귀 현상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한국에서 유독 심각하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요소의 최대 생산국이다.

올해 1~9월 누계 기준으로 중국 요소 수출량 중 47.5%가 인도로 갔고, 두 번째로 많은 14%가 한국으로 수출됐다. 특히 한국이 올해(1~9월 누적 기준) 수입한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와의 ‘석탄 분쟁’에 따른 자국 내 요소 생산 위축과 공급 차질로 갑작스럽게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자 한국이 유탄을 맞게 된 셈이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었다. 그러나 석탄이나 천연가스가 나는 중국·러시아 등 산지 국가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2013년 전후로 모두 사라졌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가 적자 끝에 2011년 생산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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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젤차 비중이 높은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국내 차량 약 2600만대 중 디젤차는 1000만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이 적용된 디젤 차량은 약 400만대이며, 이 중 200만대는 화물차다.

미국·일본 등 다른 국가에선 승용차뿐만 아니라 화물차도 디젤엔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큰 타격이 없다. 디젤 모델이 전체 차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연합(EU) 국가에서도 요소수 부족 사태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은 자체적인 요소 공급 시스템을 갖춰 중국 의존도가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업체가 다시 요소 생산에 뛰어들 수도 있긴 하지만, 워낙 중국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다 보니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는 요소수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외 직구 제품 대부분은 요소수 품귀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올해 10월 이후 등장했다. 한 오픈마켓의 판매자는 1인당 3통으로 구매 수량을 제한하면서 배송 기간은 한 달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의 경우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재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전략물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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