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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대 사수"…현대차, 생산 감소에 '일요일 특근'카드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차는 '일요을 특근'을 실시해 4분기 생산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차는 '일요을 특근'을 실시해 4분기 생산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사진 현대차

"사전 계약한 인기차는 3대 중 2대꼴로 취소되기도 했다." 

현대차 대전·충남 지역의 한 판매 지점에서 지난달 발생한 일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라인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인기 차종의 경우 차량 인도 시기가 6개월에서 1년가량 밀리자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현대차가 3일 생산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일요일 특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말까지 토요일 8시간 특근에 이어 일요일 주간 시간대 8시간을 추가해 최대 주 56시간 근무 체제를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했다. 현대차는 노사 협의를 거쳐 빠르면 이번 주부터 일요일 특근을 시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4분기 생산으로) 생산 목표를 최대한 맞추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도 "(울산공장) 현장에선 조합원 70~80%가 (일요일 특근에) 동의하고 있다"며 "개별 조합원의 의견에 따라 투입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일요일 특근을 하게 되면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와이어링 하네스(전장용 전선 뭉치) 부족 사태 이후 두 번째로 주 52시간 특별연장근로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가 들어오지 않아 공장이 멈춰선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연장 근무를 했다.

문제는 반도체 수급이다. 하반기 들어 화재로 타격을 입은 일본 반도체 제조사 르네사스의 생산라인과 말레이시아 반도체 부품사의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을 겪는 중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GM 등 미국의 완성차업체보단 현대차그룹 상황이 조금 나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장근로 신청은) 반도체 공급이 타이트했다가 조금 풀렸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올해 생산 목표치를 채우진 못하겠지만, 최대한 근처까지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본격 생산 증대에 앞서 미리 여건을 만들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당장 반도체 수급 상황이 급변하진 않겠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일요일에도 라인을 돌릴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 체제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달 동안 특근을 추가한다고 차량 생산 적체를 해소할 만큼 증산할 순 없겠지만, 일단 특별연장근로 여지를 풀어놓으면 부품 조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 차종에 따라 제대로 도는 라인과 그렇지 않은 라인이 생기면 '노노 갈등'의 소지도 있어 이런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울산공장은 라인별 생산 물량에 따라 근로자가 이동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적체 현상이 심한 차종은 투싼,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V60 등 전기차로, 계약한 소비자는 차를 받기 위해 최소 4~5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세단 중에서도 아반떼,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5개월 정도 걸린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치를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수정했다. 하지만, 400만대를 지키기 위해선 4분기 109만대 이상을 생산·판매해야 한다. 지난 3분기 판매 대수는 89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줄어든 수치다. 또 지난달 글로벌 판매는 30만7039대로 20.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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