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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의 시시각각

집값 폭등이 부른 중산층 세금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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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12억원을 돌파했다. 현 정부 들어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과열된 여파다. 한 번 올라간 집값은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전국에 빈집이 150만 채에 달해도 그렇다. 주택의 양극화 현상이다. 요즘엔 지방에서도 신축 아파트 인기가 치솟으며 가격이 뛰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해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아무리 주택이 넘쳐도 낡고 불편한 곳은 외면당한다. 빈집은 일본에도 1000만채, 중국에는 1억채가 넘지만,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는 넘친다.

집값 두 배 상승, 과세 기준은 제자리 #이미 낡은 증여·상속세 현실화하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대상 늘려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복합골절 상태로 막을 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임기 중 마지막 국회 연설에서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며 부동산 문제에 대한 낭패감을 드러냈다. 그 후유증은 심대하다. 집값을 잡아준다는 현 정부의 말만 믿고 집을 팔거나 매입을 미루다가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의 박탈감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집 있는 사람들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이들에겐 징벌적 세금폭탄이 현실적 고민이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당장 문제로 떠올랐다. 집값이 최근 4년간 두 배 안팎 오르면서 그 기준이 유명무실해지면서다. 이런 우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재보선 참패의 한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고 올해 8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소득세법 개정안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9월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이어 10월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유야무야되고 있다.

이 여파로 매물 잠김 현상은 심각하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바뀌면 절세액이 많이 늘어난다. 합리적 선택을 한다면 법안 통과를 기다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주택 과세의 출발점인 공시가격이 4년 연속 크게 올랐으니,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급등하면서 1주택자도 집을 처분하거나 교외 또는 작은 평수로 옮기려는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 은퇴자는 물론 직업이 있는 사람도 가만 앉아 있다가는 세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세월이 흐르면 증여나 상속을 해야 한다. 이마저도 세금폭탄을 피해가기 어렵다. 집값은 두 배나 뛰었지만, 증여세는 자녀의 경우 10년간 50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그 초과분은 그대로 과세 대상이 된다. 집값이 폭등했으니 세금도 많이 늘어난다. 결국 팔지도 증여하지도 못하면 상속에 이르게 되지만, 이 또한 그 문턱을 넘기 어렵다. 현행 상속세법은 22년 된 낡은 법이다. 자녀가 상속자라면 일괄공제 5억원까지만 비과세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기준으로는 지금 당장 서울 시내 아파트의 40%가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고, 2030년이면 그 비중이 80%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중산층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SNS에 돌아다니는 푸념처럼 '살아서는 보유세, 물려주면 증여세, 사후에는 상속세'를 피할 수 없는 세금 감옥이 되고 있다. 이래서는 경제활동 위축을 피하기 어렵다. 외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먼저 보유세를 보자. 미국은 매입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한다. 사는 동안에는 가격이 올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거주자 보호를 위해서다.

상속세는 명목상 일본이 세계 최고로 높고, 한국이 두 번째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한국이 최고다. 일본은 증여에 대해 주택 취득자금은 1200만엔(1억2400만원)까지 공제하고, 매년 110만엔(1140만원)까지 비과세한다. 상속에 이르기 전에 증여를 통한 절세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도 세제 현실화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정부는 부동산 실패에 따른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패닉바잉이 잦아들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