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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가 뭐길래…"1월 물류대란 올 것" 화물차 뒤집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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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요소수 자동주입기가 요소수 부족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요수 수출 제한으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스1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요소수 자동주입기가 요소수 부족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요수 수출 제한으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스1

“입고에 일주일이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기약이 없어요. 저희도 답답해요.”

지난달 시작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2일 온라인 자동차용품 판매점 A사 직원은 요소수 재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요소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오염물질을 줄여주는 디젤차 저감장치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요소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름값보다 비싼 요소수도 등장했다. 시중 일부 주유소에선 요소수가 휘발유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만난 한 주유소 직원은 “기름 5만원 어치를 넣으시면 요소수 10리터를 보충해 드리는데 최근 가격이 올라 6만원 정도는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2일 기준 일반휘발유 전국 평균가는 리터당 1787원. 요소수 1리터에 6000원 수준이니 요소수가 휘발유보다 3.3배 비싼 셈이다. 지난해 연말 요소수 가격은 10리터 한 팩에 7000~8000원에 불과했다.

가격 폭등에도 시중 요소수는 씨가 말랐다. 요소수를 파는 주유소를 찾은 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주요 온라인 상점에선 지난달 말부터 요소수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

요소수 품귀에 발을 구르고 있는 건 화물차 운전사들이다. 디젤 승용차는 운행 거리 기준으로 1만5000~2만㎞마다 요소수를 보충해도 된다. 하지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화물차는 100㎞를 달릴 때마다 요소수 1리터를 보충해야 한다. 차급에 따라 300~400㎞마다 10L를 보충하는 경우도 있다. 요소수 품귀가 계속될 경우 화물차가 멈춰 서면서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박 모(53) 씨는 “예전에는 주유하면 요소수를 사은품으로 나눠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요소수가 있는 주유소를 찾아다니고 있다”며 “기름값도 오르는 데 요소수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화물차 주차장 사진.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운송 대란이 내년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화물차 주차장 사진.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운송 대란이 내년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요소수 품귀와 가격급등은 중국발 수출규제에 사재기가 겹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시장에 풀린 물량이 적지 않았음에도 가격이 급등한 건 수요가 몰리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요소를 수출화물표지 의무화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요소에 대한 수출 제한에 나선 것으로 자국 내 요소 공급을 우선 순위에 둔 것이다. 국내 요소 소비 물량 중 중국산 수입 비중이 전체의 60%가 넘기에 한국 시장은 특히 타격이 컸다.

문제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요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있었지만, 중국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국내 화학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진 기존에 확보한 재고로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내년 초부터는 중국 등에서 요소를 수입하지 못하면 요소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과 협의해 수출제한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만 요소 수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화학 업계 등에선 수입사가 중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에선 정부의 결정 때문에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기업이 나서 중국 정부를 설득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나서 수입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당분간 품귀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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