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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필수 ‘요소수’ 품귀…물류대란 번지나

중앙일보

입력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요소수 자동주입기가 요소수 부족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뉴스1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요소수 자동주입기가 요소수 부족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뉴스1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화물차가 주행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를 주로 들여오는 중국이 지난 15일부터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실상 수출 제한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 제한이 지속되면 연말에는 화물차 가동이 멈춰 자칫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톤당 360달러였던 중국의 요소 수출 가격은 지난달 28일 740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현재 시장 가격은 연초보다 3배 이상 치솟은 900~1000달러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는 디젤차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액체다. 롯데정밀화학·KG케미칼 등 국내 업체들이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요소(암모니아)를 수입해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지난 1~9월 요소 수입 물량의 97%가 중국산이었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한다.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로 석탄 발전 감소, 이에 따른 전력난이 심해지면서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15일부터 자국 요소 제품에 대한 수출 검사를 강화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은 요소 등 화학비료를 국가 식량안보와 관련된 특수 상품으로 인식해, 공급 확보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요소의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일각에선 ‘요소수발(發)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요소수를 넣지 않은 화물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정상 운행이 어려운데, 국내 화물차 중 이렇게 요소수가 필수인 차는 전체(330만대)의 60%인 약 200만대로 추산된다. 디젤 연료를 쓰는 레미콘·소방차·포크레인 등 특수차량의 운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화학업계는 중국에서의 수입 제한이 계속 유지된다면, 현재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요소의 재고가 한 달 안에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이달 말쯤 되면 요소수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12월이 되면 시중에서도 물량이 거의 동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한 건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15일이지만 이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요소수 제조업체들은 요소 가격 인상에도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지만, 일부 소매점에선 품귀 현상을 이용해 2배 이상 비싸게 팔고 있고 그마저도 수요가 몰린 상황이다.

1일 한 중고물품 거래 온라인 카페에 요소수 10리터 제품이 10만원에 올라온 모습. 홈페이지 캡처

1일 한 중고물품 거래 온라인 카페에 요소수 10리터 제품이 10만원에 올라온 모습. 홈페이지 캡처

요소수를 미리 구해 두려는 디젤차 운전자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유소나 대형마트 등에서 요소수를 사재기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선 기존 거래처나 주유를 한 고객에게만 요소수를 판매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몇몇 온라인 쇼핑몰에선 10ℓ 요소수 한 통에 10만원이 넘는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차량용으로 쓰이는 요소를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러시아·일본·인도네시아 정도가 꼽힌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수출 금지 중이고, 일본은 생산량보다 자국 내 소비량이 많아 수출이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지금 주문해도 내년 초에 공급되기에 수개월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그 외 중국보다 먼 다른 지역에서 들여온다면 장거리 물류비용에 따른 원가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에, 최종 소비자인 화물차 기사에게 심각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요소수 품귀와 관련한 업계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세관당국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도 업계와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하면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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