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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원 더 우먼·마이네임…지금 드라마는 '여성 원톱'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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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구경이'의 한 장면 [사진 JTBC]

JTBC '구경이'의 한 장면 [사진 JTBC]

바야흐로 여성 원톱 전성시대다.
이영애의 '구경이', 이하늬의 '원 더 우먼', 한소희의 '마이 네임' 등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연이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드라마들이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일시적 반짝 돌풍이 아닌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들이 경찰, 검사, 레인저 등 전문성과 실력을 겸비한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남성 의존형 행태로 '민폐' 캐릭터로 불렸던 과거의 여주인공 상(像)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양새다. 여성 한 명의 활약을 집중 조명한다는 점에선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굿캐스팅’ ‘마인’ 등 여성 주인공들의 연대를 강조한 등 워맨스물과도 다른 양상이다.

경찰ㆍ검사ㆍ레인저 등 전문성 부각 #'히어로ㆍ빌런 모두 여성'이 새 트렌드

지난달 30일 첫선을 보인 JTBC '구경이'는 원조 한류스타 이영애가 원톱으로 나선 코믹 추적극으로 사고로 위장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사임당 빛의 일기'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인 데다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는 연기 변신을 꾀해 시선을 끌었다.
전직 경찰관이자 보험 조사관인 구경이(이영애)는 술을 좋아하는 게임 폐인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한 이영애는 MZ 세대가 쓸법한 게임 용어들을 익숙하게 내뱉으며 지금까지 보여줬던 단아하고 지적인 면모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JTBC 드라마 '구경이' [사진 JTBC]

JTBC 드라마 '구경이' [사진 JTBC]

JTBC '구경이' [사진 JTBC]

JTBC '구경이' [사진 JTBC]

이영애는 29일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대본을 받고 읽었는데 자꾸 보게 됐다.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독특했다"며 "재밌는 촬영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주는 대본이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라면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색깔을 많이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구경이'는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주·조연에서 비중 있는 남자 캐릭터는 없고, 구경이와 대치하는 빌런인 '케이'(김혜준)도 여성이다. 즉 히어로도 여성, 빌런도 여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드라마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여성 서사를 다루는데, 이를 너무 진지하지 않고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전개하고 중간중간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들을 집어넣는 방식 때문에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JTBC '구경이'의 포스터 [자료 JTBC]

JTBC '구경이'의 포스터 [자료 JTBC]

JTBC '구경이'의 한 장면 [사진 JTBC]

JTBC '구경이'의 한 장면 [사진 JTBC]

SBS 금토 드라마 ‘원 더 우먼’ 역시 여성 히어로, 여성 빌런이란 점에서 ’구경이'와 닮은꼴이다. 검사에서 재벌 상속녀의 인생을 살게 된 조폭 집안 출신 검사 조연주(이하늬)는 재벌 집안의 '악의 축' 한성혜(진서연)를 상대로 짜릿한 응징 절차를 한 발 한 발 밟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청률 역시 14~16%대의 고공행진 중으로,사실상 드라마 시청률 1위가 보장된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믹하고 통쾌하게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통상적으로 남성이 주인공을 맡고 여성은 보조 역할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이를 전복했기 때문에 신선한 데다 작품의 퀄리티와 재미도 유지되니까 여성 시청층을 중심으로 결집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원 더 우먼' [사진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사진 SBS]

드라마 '마이 네임' 한소희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한소희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전세계 순위가 3위까지 올라가며 '오징어 게임'과 함께 'K-드라마' 돌풍을 이어간 ‘마이네임’은 한소희를 원톱으로 세운 작품이다. 지우(한소희)는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범죄조직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잠입한다. 누아르 장르로서 강도 높은 액션신이 화제가 되면서 여성물의 새로운 서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극 tvN ‘지리산’도 산악구조대인 레인저의 활약을 부각했는데, 그 중심엔 전지현이 있다. '킹덤', '시그널'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신작으로 전지현은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이자 산(山) 전문가인 서이강 역을 맡았다. 후배 레인저 강현조(주지훈)와 함께 산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뒤쫓는 서이강은 강인하고 주도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지훈이 사고로 병실에 누워있는 설정의 2020년 시간대에서는 사실상 원톱을 맡고 있다. 다만 어색한 CG와 OST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시청률은 기대보다 저조한 7~10%대를 맴돌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 [사진 CJ ENM]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 [사진 CJ ENM]

정덕현 평론가는 "이제는 여성 서사를 어떻게 그리느냐가 작품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더는 여성을 과거처럼 정형화된 틀 안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러면 드라마의 주 공략층인 여성들이 떠나버리는데,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제작사에서도 그런 시대적 감수성에 맞는 캐릭터를 점점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데 한동안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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