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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53% 무시못했다…'이재명 정부' 밀고나가는 이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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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하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넷볼’은 여성에게 특화된 팀 스포츠로 패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팀 스포츠다. 국회사진기자단/202110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하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넷볼’은 여성에게 특화된 팀 스포츠로 패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팀 스포츠다. 국회사진기자단/202110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정부” 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10월3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집권 시 새 정부의 이름은 ‘이재명 정부’로 하고 싶다”면서 “이재명이라는 개인 이름 (차원) 보다는 이재명이라는 한 인간의 삶, 정치 역정, 국민의 기대, 이런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권교체인지는 모르겠지만 권력교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에서 여성 생활체육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사실 나에 대한 기대로 모아진 측면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런 뒤 그는 “변화라는 걸 한번 보여드리고 실제 성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4기 민주정부’ 이런 것보다는 특별한 기대가 모이는 ‘이재명 정부’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문재인 정부 성과에 바탕을 두되 그러나 또다른 더 나은 더 성과있는 그런 민주정부로 가야한다”“김칫국 마시는 측면있어서 조심스럽다”등의 표현도 썼다. 그러나 이 후보 측 핵심 의원은 “이제부터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재명 고유의 캐릭터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가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실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넷볼 경기장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과 관련해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50만원은 (지급)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넷볼 경기장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과 관련해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50만원은 (지급)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본격 마케팅 돌입엔 정권 교체론에 무게가 실린 여론 지형에 대한 고민도 반영돼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6일 머니투데이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에게 조사한 결과 ‘현 정권 교체 희망’ 응답(53%)이 ‘정권 유지’(37%) 응답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정권 계승 또는 재창출 찬성 보다 정권교체 희망 여론이 지속적으로 15% 안팎으로 높게 나온다”면서 “계승이냐 교체냐 이분법적 인식을 방치해선 승부가 어렵다고 본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게 출구”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경선 승리 연설에서 “4기 민주정부, ‘이재명 정부’ 창출의 동지로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브랜드 출범을 예고했다. 2017년 대선 첫 도전 때부터 “이재명 정부에선 박근혜와 이재용의 사면 같은 것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경선 승리 후 후유증 극복 기간엔 이같은 표현을 자제해 왔다.

지난달 18일 송영길 대표가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친문 진영에선 “오해를 살 수 있다”(김종민 의원)는 경고음이 나왔다. 당시는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지난달 26일)이나 이낙연 전 대표(지난달 24일)와 회동하기 전이었다. 여전히 당내 일각에선 “40% 안팎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기록인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는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친문 초선 의원)는 경계심이 작동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함께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함께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당장은 일정한 반발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일단 본선 선대위가 공식 출범하고 나면 어떤 친문 지지층이라도 결국 이번 대선의 목적이 이재명 정부 출범이라는 점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 후보가 확정된 뒤엔 내부 결속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전망이다.

실제 친문그룹으로 분류되던 의원들 사에에서도 이미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고 있다. PK 지역의 친문 의원은 “이 후보는 여배우 스캔들부터 선거법 위반 재판까지 보통 정치인이면 한두개도 버티기 어려운 장애물을 7~8개씩 거쳐온 불사조”라며 “이런 위기 돌파 능력과 운이 대선 후보 단계에서 멈출 리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친문 중진도 “이 후보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스트롱맨’을 찾는 민심 요구를 정확히 충족시키는 캐릭터”라면서 “만약 통합, 연성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때였다면 얘기가 달라졌을지 모르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시운(時運)까지 타고난 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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