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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섬유질·수분 부족으로 장 점막 돌출, 장 폐색·천공까지 초래하는 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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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게실염 원인과 치료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질환 대부분은 생활습관병이다. 건강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생활습관병 중 절반 이상은 사실 식습관 문제로 인한 것이다. ‘대장 게실염’은 잘못된 식습관이 초래하는 대표 질환이다. 단순한 염증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복막염이 동반되거나 장 폐색, 장 천공을 초래하기도 한다. 장의 구조적 변형이 생긴 상태라 재발하기도 쉽고 복통, 복부 팽만감 등으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인구 고령화, 서구화된 식습관과 맞물리면서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 게실염 환자 수는 2010년 3만2317명에서 지난해 5만9392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게실염은 말 그대로 게실(憩室)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게실은 장의 점막이 내부 압력으로 인해 외부로 불룩하게 돌출된 것을 말하는데, 게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염증이 생기고 그로 인해 합병증이 생기는 것이 문제다. 게실이 만들어진 환경 때문이다.
고단백·저섬유질 위주 식습관이 주원인
세간에 ‘고기를 많이 먹으면 게실염이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정확한 말은 아니다. 섬유질 부족이 문제다. 고기나 흰쌀밥, 빵·파스타 등 정제된 밀가루 음식 위주의 식단으로 섬유질이 부족해지면 대장은 소화된 음식물을 넘기기 위해 연동운동에 더 힘을 쓴다. 그 과정에서 장내 압력이 높아지는데, 그러면 풍선을 잡았을 때 약한 곳이 부풀 듯 장 내벽을 비집고 내막이 외부로 돌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실에는 변이 끼고 대장의 수분 흡수 작용으로 변은 딱딱하게 굳는다. 근육층이 없는 내막으로만 이뤄진 게실에 마찰을 일으키면서 염증이 생긴다.

이 염증은 복막염으로 번진다. 국내 환자의 경우 게실염이 우측 상행결장에 잘 생긴다. 여기는 맹장과 이어져 있고 뒷벽이 복막과 붙어 있다. 국소 복막염이 동반되는 이유다. 게실염 환자의 심한 복통은 이로 인한 것이다. 통증의 양상과 위치가 비슷해 급성 맹장(충수염)으로 오인하기 쉽다. 복통이 생기면 진통제의 힘을 빌리기 쉬운데 주의해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승한 교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계통의 진통소염제가 장 점막을 약하게 해 게실 출혈 및 합병증의 상대 위험도를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며 “따라서 진통제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구적 장 변형, 약물 치료해도 재발 잦아

치료에는 보통 경구 항생제가 처방된다. 통상적으로 1~2주간 항생제를 복용하면 회복한다. 근데 문제는 재발이다. 항생제는 염증·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전부다. 게실염이 발생한 환경 자체는 그대로다. 게실은 여전히 남아 있고 염증을 일으킨 물질도 그대로다. 게실은 영구적인 장 변형이다. 아주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신준상 교수는 “환자의 상당수는 문제가 있던 곳에 다시 생긴다”며 “반복되면 장 폐색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최근 수술한 35세 여성 환자는 19세부터 게실염으로 입원만 15차례 했던 경우다. 매년 평균 2차례씩 게실염이 반복됐다. 이 환자는 염증이 생겼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장벽에 섬유화가 진행돼 장 자체가 딱딱해지고 벽이 두꺼워져 장이 손가락 하나도 안 들어갈 정도로 좁아진 상태였다. 변이 제대로 지나가지 못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 신 교수는 “게실염으로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왔던 환자가 항생제 처방으로 괜찮아지면 다음에 재발해도 그냥 항생제만 처방받고 만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장이 좁아지거나 막히고, 게실 자체가 터져버리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발할 경우에는 수술해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주기적·만성적 통증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 수술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최근엔 구멍을 하나만 뚫고 진행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 가능해 회복도 빠르다. 신 교수는 “환자의 수술 만족도는 워낙 높다”며 “드디어 고생 안 해도 된다는 해방감이 크다”고 말했다.

게실염의 미로에 갇히지 않으려면 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잡곡밥을 먹고 면 종류의 음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채소, 과일을 많이 먹고 하루에 1~2L 정도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게실염을 앓았다면 치료 후에는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과 증상이 비슷하고 게실염으로 대장암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어서다. 김 교수는 “게실염 치료 2개월 후에는 대장 내시경검사를 한번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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