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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찾아온 ‘반도체 겨울’…삼성·SK 수익성 빨간불 켜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한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연합뉴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한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연합뉴스]

이른바 ‘반도체의 겨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년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이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업계는 재고 수준을 낮추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 시장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1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거래가격의 평균값이 3.71달러로 전달의 4.1달러보다 9.51% 하락했다. PC용 D램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10월(8.95%) 이후 1년 만이다.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 하락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 하락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업체가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에 대량 납품할 때 적용하는 고정된 가격을 말한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은 올해 여름부터 나왔다.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인 현물거래가격이 지난 8월 하락세 양상을 보여서다.

현물거래가격은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나 PC 부품 도매상이 거래하는 가격으로 보통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제품의 현물거래가격은 올해 고점이던 3월 말(5.3달러) 대비 36% 하락했다.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 9.51% 하락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지난 8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PC와 스마트폰, 서버 수요가 줄면서 D램 가격이 연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는 ‘위드 코로나(점진적 일상 회복)’ 국면으로 그동안 급증했던 재택근무 인력의 PC 수요가 줄고, PC 업체들이 원활한 수급을 위해 물량을 미리 확보하면서 이번 D램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예상보다 일찍 ‘피크아웃(고점 통과 후 하락 전환)’ 조짐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부 고객이 재고를 우선 소진하려는 계획에 따라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EUV 기술과 14나노 공정을 적용해 양산한 DDR5 D램.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EUV 기술과 14나노 공정을 적용해 양산한 DDR5 D램. [사진 삼성전자]

전문가들은 D램 가격 하락이 내년 1~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까지 D램 가격이 상당히 많이 하락할 것”이라며 “다만 2분기에는 1분기보다 하락 폭이 줄어들면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까지 하락세…재고 감축 등으로 대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재고 감축 등으로 메모리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28일 실적 발표에서 “과거보다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 폭이 줄었고, 재고가 낮은 수준이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D램, 7세대 176단 V낸드 등 신규 첨단공정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선우 연구원은 “D램 가격에 선행하는 것은 결국 수요·공급의 싸움”이라며 “투자와 관련해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 설명회 때 소극적으로 얘기한 것은 수급이 회복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여느 3분기 실적 설명회 때와 다르게 이번에 연간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이 또 다른 불확실성”이라며 “남은 4분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더 집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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