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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겨울’ 더 빨리 오나···D램 현물가 하락세 계속

중앙일보

입력

반도체 고정가격의 선행 지표인 현물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석 달째 내림세가 이어지고 낙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업체 실적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고정거래 가격이 이르면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에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PC용 DDR4 8Gb 현물거래가격 추이. 파란색 선이 평균 거래 가격이다. 〈D램익스체인지〉

PC용 DDR4 8Gb 현물거래가격 추이. 파란색 선이 평균 거래 가격이다. 〈D램익스체인지〉

D램 현물가 최근 두 달 내리 하락  

18일 D램익스체인지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PC용 D램 DDR4 8Gb(기가비트) 현물거래가격은 전날보다 0.05% 하락한 평균 4.211달러였다. 지난 6월 11일 4.87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현물가격은 7월 초 잠시 반등했지만, 이후 줄곧 하락했다. D램 현물가격은 최근 두 달 사이 20%, 이달 들어 8% 넘게 내렸다.

지난 6월 이후 20%, 이달에만 6% 하락

반도체 현물가격은 주로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나 PC 부품 도매상이 거래하는 가격이다. 애플이나 구글, HP 등은 통상 분기별로 고정가격으로 대량 거래한다. 현물거래가 전체 반도체 제품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현물가 2~3개월 시차로 고정가격에 영향  

하지만, 현물가격은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고정가격에 반영된다. 꼬리(현물가격)가 몸통(고정가격)을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중순 상승을 멈춘 D램 현물가격은 같은 해 5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런 영향으로 같은 해 1분기 2.7%, 2분기 14% 올랐던 D램 고정가격은 7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연말까지 5개월 연속 내렸다.

다시 말해 최근 두 달 연속 이어진 현물가격 내림세가 2~3개월 후 고정거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락세를 보이던 D램 현물 가격의 하락 기울기가 다시 급해지기 시작했다”며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가격 하락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락 사이클 길거나 깊지 않을 것"  

최근 증시를 강타했던 모건스탠리의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보고서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D램 업황은 활력을 잃고 있다”며 “침체는 내년 1분기에 시작되고, D램은 내년 공급과잉 상태를 유지하며 재고 축적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승우 연구원은 “애초에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없었기 때문에 하락 사이클도 그렇게 길거나 깊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업황은 돌고 돌 수밖에 없고 ‘겨울’은 어차피 오게 돼 있지만 그다지 춥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고점론’의 주요 근거인 대형 고객사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이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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