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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손준성 암호 아냐?" 필라테스 학원까지 뒤진 공수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최근 손준성(47·사법연수원 29기)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다녔던 필라테스 학원까지 탐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의혹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와 당시 소속 검사 사이에 “필라테스 건으로 문의드린다”라는 수상한 문자가 오간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공수처는 앞서 법원에 손 검사에 대해 성명불상 검찰 관계자를 시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하게 한 뒤 김웅(51·연수원 29기)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공수처는 막판까지 손 검사 혐의 입증에 노력했는데 손 검사의 필라테스 학원과 김웅 의원은 무슨 상관이 있었을까.

10월 27일 손준성 검사.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10월 27일 손준성 검사.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A검사, 손준성에 “필라테스 건” 문자…김웅 지목하는 암호인가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는 A검사가 지난해 상반기 손 검사에게 “필라테스 건으로 문자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 A검사는 당시 손 검사 휘하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 신분이었고 공수처는 손 검사의 고발 사주 의혹에 A검사가 연루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

공수처는 그런데 ‘필라테스’라는 단어가 고발 사주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웅 의원을 지칭하는 암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 구글과 네이버 등의 검색엔진에 따르면 김 의원과 동명이인(同名異人)인 김웅씨가 경기도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에 A검사를 소환해 필라테스 관련 문자 메시지의 진의가 무엇인지 추궁했다고 한다. 이때 A검사는 필라테스 관련 문자 메시지에 대해 “김 의원과 무관하게 필라테스 학원 수강을 논의한 것일 뿐”이라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당시 손 검사가 대검 인근의 필라테스 학원에 다니는 중이었고, 그걸 알게 된 A검사가 자신도 따라 배우고 싶어 관련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다. 공수처는 이런 해명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 검사가 다녔다는 필라테스 학원에 찾아가 실제로 손 검사가 수강한 적 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공수처에 “실제로 손 검사가 수강했다”라는 취지로 밝혔다고 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을 입증할 증거 수집에 애를 먹자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라는 논란이 인다.

법조계 “무리수”…최근 손준성 체포·구속 영장도 논란

앞서 공수처는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던 손 검사를 두고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마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강제 수사를 독려하자 공수처가 발을 맞춘 게 아니냐”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속 영장을 살펴보면 “손 검사 등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 성명불상의 검찰 관계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라는 내용이 있다는데, 주요 인물들을 성명불상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수사가 미진하다는 증거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윤석열 전 총장의 이름을 50여 차례 언급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등 고발 사주 의혹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내용을 늘어 놓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아울러 영장에선 사건 당시 대검 차장검사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조남관’ 현 법무연수원장으로 기재했다는데, 실제론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당시 차장검사였다. 한 법조인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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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수처는 28일 이대환(연수원 34기) 검사 등 신임 검사 8명을 임명했다. 이로써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공수처 검사 정원 25명 가운데 23명을 채우게 됐다.

임명식에서 김 처장은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 못지 않게 중요한 건 피의자의 방어권 등 절차적 권리의 보장이다”라며 “법원 역시 특히 인신구속에서 그 기준을 점점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표방하는 공수처 역시 이러한 점에 유념하여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기각된 걸 염두에 둔 표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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