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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열변에 끌려갔다" 법관탄핵 안될 줄 알았던 與탄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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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왼쪽),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박주민(왼쪽),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재판 개입 의혹이 있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28일 각하 결정하자 이를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하는 소의 제기가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단 결정이다. 임 전 부장판사가 지난 2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임했기 때문에 그가 재판 개입을 했더라도 파면할 수 없어서 국회의 청구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없단 뜻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각하, 1명이 심판절차종료 의견을 냈으며 인용 의견은 3명에 그쳤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주도한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은 헌재의 결정이 나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재판관 5명이 임기만료 때문에 본안판단 자체를 회피한 건 극히 유감”이라며 “헌법 수호기관의 역할을 방기하고 법 기술적인 판단에 치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정문에 적힌 소수 입장에 집중해 “본안판단으로 나아간 재판관 3명은 전부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을 최고 헌법해석기관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개입금지법과 탄핵소추를 받으면 임기가 정지되는 탄핵절차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헌재의 결정이 나온 지 2시간 만에 김진욱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임기가 만료됐더라도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탄핵심판을 각하한 헌재의 소극적 판단은 매우 아쉽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與 일부 의원들 “법원 사정 몰라서 이탄희·박주민에 끌려가”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각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각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의원과 함께 탄핵소추안 처리에 앞섰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박주민 의원은 이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각하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각하 결정을 하면서도 임 전 판사가 했던 행동에 대해선 헌재가 헌법적 의미를 평가해주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각하 결정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도 국회 본회의 의결을 강행했단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사실 탄핵심판이 각하될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난 2월 이탄희 의원이 탄핵소추안을 대표발의 하기 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도 제기됐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전투(국회 본회의)에서 이기더라도 전쟁(탄핵 심판)에선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 탄핵안 발의는 신중히 하자는 의견이 당시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이 ‘판사는 신입니까. 사법 농단을 저지른 적폐를 그냥 두고 넘어갈 겁니까’라고 호소하자 초선 강경파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휩쓸렸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도 “법원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아는 의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열변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탄핵안 의결은 피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지지층을 결집할 반전 카드가 필요했던 것도 민주당이 탄핵안 처리를 무리하게 추진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2020년 11월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2심 유죄 판결, 12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이 연달아 나오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는 사법부로 집중돼 있었다. 이에 이낙연 당시 대표가 지난 1월 28일 밤 “(지지층의 이런) 탄핵소추 요구를 외면하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다. 고심 끝에 탄핵소추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선언하면서 탄핵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이 주도해 가결한 헌정사 첫 법관 탄핵소추안은 실익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런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치적 탄핵이었음이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또 전 대변인은 “(절차적 문제를 떠나) 탄핵소추의 주된 이유였던 임 전 판사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은 현재 1,2심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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