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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아베 마스크' 8200만장 아직 남았다…1185억원어치

중앙일보

입력

코와 입만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불편함으로 일본 국민의 원성을 샀던 일명 '아베 마스크'가 아직 창고에 8200만장이나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밀접접촉자 통지 어플리케이션(앱)인 '코코아(COCOA)'도 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받았다.

지난해 5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전국민에 배포한 '아베 마스크'를 착용하고 총리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5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전국민에 배포한 '아베 마스크'를 착용하고 총리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일본 회계검사원이 지난해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천 마스크 배포사업에 대규모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지난해 3월 이후 전 국민에 나눠주겠다며 제작한 일명 '아베 마스크'는 올해 3월 시점에 8200만장이나 배포되지 않고 남아있는 상태였다. 돈으로 환산하면 115억엔(약 1185억원) 상당이며, 3월까지의 보관 비용만도 6억엔(약 61억원)에 이른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전 세계적인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천 마스크 약 2억 8000만장을 조달해 일반 가정에 1억3000만장, 요양·보육시설에 약 1억5000만장을 배포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송 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7월부터 시중의 마스크 부족 사태가 해소됐고, 희망하는 단체에만 배포하기로 했다.

아베 전 총리의 '한 세대 마스크 2장' 배포 정책을 비판하는 패러디. [사진 SNS 캡처'

아베 전 총리의 '한 세대 마스크 2장' 배포 정책을 비판하는 패러디. [사진 SNS 캡처'

하지만 이미 배포된 마스크에서 곰팡이와 벌레 등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크기도 성인이 쓰기에는 너무 작아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속출하면서 신청자는 급감했고, 이미 제작된 마스크가 정부 창고에 남아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회계검사원은 오는 11월 발표 예정인 2020년도 결산보고서에 '아베 마스크'와 관련한 실태를 포함할 예정이다. 담당 관청인 후생노동성에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예산 집행에 있어 주의를 당부한다.

검사원은 또 일본 정부가 개발한 코로나19 밀접 접촉자 통지 앱 '코코아' 역시 예산 집행 과정에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며 후생노동성에 개선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개발한 코로나19 밀접접촉자 통지 앱 '코코아(COCOA)'.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개발한 코로나19 밀접접촉자 통지 앱 '코코아(COCOA)'. [AP=연합뉴스]

코코아는 지난해 6월 일본 정부가 외부 정보기술(IT) 기업에 의뢰해 만든 앱이다. 하지만 가동 직후부터 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해 수차례 앱 운영을 멈추고 수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앱의 개발에 예산 3억8088만엔(약 39억원)이 들었는데 여기에 결함 수리비 등이 포함됐는지에 대한 자료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고 검사원은 지적했다.

'코코아'는 올해 7월까지 일본 전체 인구의 25% 정도인 2916만명이 다운 받았으나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일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71만명이 넘는데 이 중 2만1931명만 앱에 확진 사실을 등록하는 등 사실상 '무용지물'로, 일본의 낮은 디지털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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