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공모지침서 '직보' 논란…배임 의혹 '스모킹건' 되나

중앙일보

입력 2021.10.26 05:00

성남도시개발공사. 이가람 기자

성남도시개발공사. 이가람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공모지침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민용 변호사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공모지침서 내용을 직접 보고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25일 검찰에 출석하며 사업 공모지침서를 직접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진술했다는 보도가 잘못 알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공사에도 소문난 “이재명 직보하고 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은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가 보고될 당시의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정 변호사가 이를 당시 이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있었던 알려졌다. 실제로 정 변호사가 이 시장에게 수시로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보고를 한 정황에 대한 관련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정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이며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화천대유) 사이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핵심 인물이어서 공사 내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정민용 변호사가 ‘이재명 시장에게 직보하고 왔다’는 식으로 공사 내에서 말하고 다녔다”면서 “정민용뿐만 아니라 김모 회계사 등 전략사업실 소속 직원들이 대장동 사업을 여러 차례 이 시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지침서 보고, 배임 의혹 ‘스모킹건’ 될 수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5년 2월 13일에 공고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기새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5년 2월 13일에 공고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기새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서'

정 변호사가 이 후보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공모지침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5년 2월 13일에 공고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기새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서’를 말한다. 당시 76쪽 분량의 공모지침서에는 ▶사업시행 조건 ▶사업신청자격 및 방법 ▶사업계획서 작성 기준 및 평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업협약 체결 및 해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공모지침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공사 직원들의 제안이 묵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정 변호사가 이 후보에게 지침서를 직보하는 과정에서 묵살된 관련 조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초과이익 환수 조항 필요성을 이 후보가 인지했는지는 배임 의혹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사실관계다. 지난 6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이모 개발2처장은 시의회에서 “2015년 2월 초기 공모지침서 검토 단계에서 ‘초과이익 환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기로 작성해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원의 제안에도 환수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고, 공모지침서에 따라 선정된 특정 민간사업자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8500억원대의 초과 수익을 챙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관련 의혹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 단계에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관련 내용을 직접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라며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공모지침서에 이재명 입김 있었나

국민의힘이 성남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문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직접 '사업시행자는 도시개발공사 또는 공사가 출자한 SPC를 지정할 것을 조건으로 위탁할 것'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이 성남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문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직접 '사업시행자는 도시개발공사 또는 공사가 출자한 SPC를 지정할 것을 조건으로 위탁할 것'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제공

당시 정 변호사의 주도로 만들어진 공모지침서에는 앞선 이 후보의 ‘주문’이 담긴 정황도 드러났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이던 2013년 3월에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위·수탁 운영계획 보고’ 문서에 친필로 지시사항을 적어 결재를 했다. 이 후보의 서명이 담긴 문서의 표지에는 ‘사업시행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또는 공사가 출자하는 SPC를 지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위탁할 것’이라는 문구가 수기로 함께 작성됐다. 이 후보가 SPC 형태의 사업 시행을 직접 지시한 셈이다. 2년 뒤 만들어진 공모지침서의 ‘사업추진형태’ 설명에는 “본 사업은 특수목적회사(SPC)인 프로젝트회사 설립을 통한 민관합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반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간 막대한 배당금·분양수익과 직결된 수익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공모지침서엔 “수익배분과 관련한 기타 세부적인 사항은 사업협약에서 상세히 정한다”는 문구만 적혔다. 이러한 사업협약은 이후 또 한 차례 ‘초과이익 환수 조항’ 논란을 겪는다. 2015년 5월 공사 직원이 사업협약 초안에 “(초과이익을 배분하는)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넣었지만 7시간 뒤에 이 내용이 삭제된 것이다.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 검토 단계에서 총 두 차례 ‘초과이익 환수 조항’ 건의가 있었지만 모두 묵살된 셈이다.

이 공모지침서에는 민간사업자의 평가 항목으로 ‘자산관리회사 설립 운영계획’도 포함됐다. 배점표에서 자산관리회사 부분은 총 20점이 배점됐다. 유일하게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를 미리 설립해 공모에 참여한 성남의뜰이 다른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이는 실제 채점 결과로도 확인됐다. 성남의뜰은 ‘AMC 설립 및 운영계획’ 9.2점, ‘조직편성 및 인력운영 계획’ 9.2점으로 총 18.4점을 획득했다. 이 부분에서 산업은행은 11.2점,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10.8점에 그쳤다.

이재명 “합동회의 했지만, 개별 보고 없다”

공모지침서를 둘러싼 ‘직보 논란’에 대해 이 후보와 정 변호사는 직접 보고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 후보도 이날 경기지사직 사퇴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도시개발사업단에 도시공사 실무자들 참여한 합동회의를 최소 2,3번 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실무자가 개별보고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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