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연 낙동강 하구, 숭어 뛰었다…'생태계 복원' 하굿둑 개방 확대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1.10.25 13:52

업데이트 2021.10.25 15:32

지난 21일 오후 2시, 부산 사하구 을숙도 주변 낙동강 하구. 이곳에 설치된 하굿둑 좌안문(수문) 10개 중 9번 수문이 열려있었다. 지난 24년간 이 수문은 강물을 바다로 빠져나가게 할 때만 사용됐지만 이날은 사뭇 달랐다. 밀물 때도 수문을 열어 바닷물 10만t을 강 쪽으로 흘러 들어오게 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바닷물은 아래쪽, 민물은 위쪽에서 흐른다고 한다.

낙동강 하굿둑 좌안문.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 하굿둑 좌안문.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이날 수문 위쪽에선 바다 어종인 숭어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이 확인됐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 생태계 복원을 위한 4차 개방 사흘째, 하구둑이 문을 열면서 갇혀 있던 생태계도 서서히 숨을 쉬는 모습이었다.

하굿둑을 바라보던 양승경 수자원공사 부산지사장은 "예전에도 숭어나 연어가 아예 없던건 아니지만, 수문 개방 후엔 숭어와 연어가 다시 많이 보이고 있다"면서 "강 주변에 습지가 있어서 생태적 보전 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

서낙동강 입구에 설치된 대저 수문.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서낙동강 입구에 설치된 대저 수문.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올해 4개월 개방…바닷장어 돌아와

길이 853m의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11월 완공됐다. 바닷물의 역류를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짠물'이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 하자 인근 주민들의 취수 중단 일수가 줄었다. 1만800ha에 달하는 농지도 염해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낙동강 상류 30km 지점인 경남 합천에서 바닷장어가 잡힐 정도였던 기수 생태계(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의 하구 생태계)가 무너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숭어· 연어 등 회귀성 어종이나 재첩도 모습을 감췄다. 물을 가둬 수위가 높아지다보니 수질이 악화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환경부는 이를 고려해 2019년 수문을 부분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 해 6월과 9월엔 단기 개방을 하루씩 진행했다. 지난해 6~7월엔 개방 기간을 1개월로 늘렸다. 이때 하굿둑 내에서 장어나 멸치 같은 기수·해수 어종이 발견되는 등 생태계 복원 가능성이 확인됐다. 올해는 4차례로 나눠 각 1개월씩 장기 개방을 진행 중이다. 폐쇄회로(CC)TV와 수질 오염 측정기에 따르면 숭어·뱀장어 등이 하굿둑 상류에서 나타났다. 수질 수치도 이전보다 소폭 개선됐다고 한다.

주민 피해 최소화가 향후 '관건'

하굿둑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문 개방 후 지하수 염분 변화에 따른 주민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종이 풍부해지는 상황을 반기는 어민들과 달리 농민들의 걱정은 큰 편이다. 예전처럼 염분이 농지를 침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바닷물이 하굿둑으로부터 15㎞ 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하면 대저 수문을 통해 평야가 몰려있는 서낙동강 쪽으로 염분이 흐르게 된다. 18~30㎞ 떨어진 지점의 주민 취수지에 염분이 들어가면 생활용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염해 방지를 위해 수자원공사는 14㎞ 이상 바닷물이 역류하면 수문을 다시 닫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양승경 지사장은 "통합하구관리센터에선 각 지점의 실시간 염분 농도를 파악해 언제든 수문을 닫을 수 있도록 했다. 담수 자원 확보와 선박 접근성을 위해 바닷물 침투는 하굿둑 최대 14km 지점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수·농업용수 취수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신규 농수로를 건설하는 등 보완 조치도 몇년 전부터 시행했다"고 했다.

통합하구관리센터에서 본 낙동강 하굿둑 개방 효과 모습. 편광현 기자

통합하구관리센터에서 본 낙동강 하굿둑 개방 효과 모습. 편광현 기자

금강·영산강 하구도 개방 추진

낙동강 하굿둑 개방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금강, 영산강 하굿둑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충청남도는 지난달 27일 서천군 장항읍사무소에서 환경단체 등과 함께 '금강하구 생태 복원을 위한 민관협력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선 "금강 하구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하굿둑을 개방해 금강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나주시도 지난 8월 영산강위원회 제3차 회의를 개최해 영산강 하굿둑 개방 여부를 논의했다. 지난 1981년 목포 하굿둑 건설 이후 악화한 영산강 생태환경 복원이 목표다.

하지만 모든 하굿둑을 곧바로 개방하긴 쉽지 않다. 생활용수 안정적 공급과 농지 염해 방지 등의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금강, 영산강 등에서도 하굿둑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양 지사장은 "낙동강과 달리 금강, 영산강은 취수 지역과 하굿둑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주민 간 이해관계를 푸는 데 오래 걸릴 거라고 본다. 하지만 낙동강 성공 사례를 공유해 하굿둑 개방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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