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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먹통, 점심결제 먹통, 배달 먹통…대한민국이 멈췄다[KT통신 장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T통신장애로 25일 낮 인천시 남동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가 먹통이 됐다. 키오스크에는 ″현재 인터넷 장애로 키오스크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카운터에서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심석용 기자

KT통신장애로 25일 낮 인천시 남동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가 먹통이 됐다. 키오스크에는 ″현재 인터넷 장애로 키오스크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카운터에서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심석용 기자

25일 오전 11시쯤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와 일부 통화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전국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장애는 약 한 시간만인 정오쯤 조금씩 복구됐지만, 점심시간과 겹치면서 자영업자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피스 상권의 점심시간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결제 포스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KT 통신사 이용자는 휴대전화로 계좌 이체도 할 수 없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점심시간 전부터 인터넷이 안되서 삼성페이도 안될 것 같아 카드를 챙겨 나갔는데도 결제가 안 됐다”며 “같이 점심을 먹은 동료 중에 SKT 망을 쓰는 사람이 있어 겨우 계좌 이체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는 “조금 일찍 나왔는데도 통신장애 탓에 우왕좌왕하느라 점심시간을 다 날렸다. 식당 전자출입명부를 쓰려고 했는데 QR코드가 안 돼서 방역도 먹통이었다”고 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선 카드결제가 되지 않자 현금이 없던 시민들이 ATM(현금자동인출기)으로 몰려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출금 고객이 많아 일부 ATM에선 현금이 동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직격탄 맞은 음식점·배달업체

KT 인터넷 장애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KT 인터넷 장애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배달 전문 매장에선 주문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배달 전문 파스타 업장을 운영 중인 B씨는 “배민, 쿠팡이츠 등이 먹통이 돼 주문이 하나도 안 들어오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도 라이더 배차가 안 됐다. 점심 장사를 망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계좌 이체나 현금결제를 한 뒤 현금영수증을 요청하고 포인트를 적립해달라는 분들이 있어 메모지에 급하게 휴대전화번호를 받는 등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한 빵집 주인 고모씨는 “매장을 찾았다가 카드 결제가 안 돼서 되돌아간 분들이 30분 동안 20명 가까이 됐다. 번화가라서 평소 점심을 먹은 뒤 커피 한잔하시는 분이 많았는데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KT 인터넷망이 25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전국곳곳에서 장애를 겪고 있다. 사진은 이날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 모바일과 PC화면. 연합뉴스

KT 인터넷망이 25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전국곳곳에서 장애를 겪고 있다. 사진은 이날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 모바일과 PC화면. 연합뉴스

PC방에선 손님들이 단체로 퇴장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갑자기 인터넷이 안되니 다들 자리를 떴다. 11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별일을 다 겪는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한 PC방 점장 강정진(31)씨는 “오전에 손님이 30~40명 정도 있었는데 갑자기 손님들이 인터넷이 안된다고 호소했다”며 “일단 이름, 좌석 번호를 적어두고 다음에 오면 서비스를 드리겠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입장에서는 손님을 잃고 큰 피해를 본 것”이라며 “KT 측에서 곧 공식 홈페이지에 보상 관련 공지를 올리고 연락을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앞둔 대학가도 혼란  

중간고사 기간을 맞은 대학생들도 곤욕을 치렀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정모(21·여)씨는 이날 낮 12시 30분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KT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통신장애가 발생하면서 접속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해당 시험은 이날 오후 11시로 연기됐다고 한다.

대학교 2학년 박모(21·여)씨는 “오후 시험을 앞두고 기존 강의 영상을 다시 보면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험준비에 차질이 생겼다”며 “시험이 오후인데 걱정”이라고 했다. 대학생 최정은씨는 “발표를 앞두고 있었는데 줌이 갑자기 끊겼다. 일시적인 상황인 줄 알고 재접속을 시도했는데 안 돼서 와이파이를 바꾸고, 공유기를 껐다 켜는 등 별 수를 다 써봤는데도 안됐다”며 “급하게 교수님께 상황을 적어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높아진 네트워크 의존도에 피해 체감 컸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고원인과 별개로 이번 사건에서 시민들이 피해를 크게 체감한 건 갈수록 커지는 네트워크 의존도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앞으로 의존도는 점점 커질 것”이라며 “위기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는 우회로를 갖출 방법을 사회가 고민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심재만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키오스크, 비대면 수업 등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옵션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사회적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오프라인 옵션을 제공하는 것 등 관련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고, 파악되는 대로 추가 설명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KT 네트워크 장애와 관련 KT 본사에 사이버테러팀을 급파해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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