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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女장군을 "남자" 지칭…트위터 정지 당한 美의원

중앙일보

입력

미국 하원의원이 여성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장군을 트위터에서 '남성'으로 지칭했다가 계정을 일시 정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고의로 성별을 다르게 불러 혐오를 부추겼다며 트위터 측이 제재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NBC뉴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짐 뱅크스(공화당·인디애나주)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최초의 여성 4성 장군 타이틀을 남성이 가져갔다"는 글을 남겼다. 그가 '남성'이라고 부른 이는 레이철 러빈(63)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이다.

짐 뱅크스 의원(왼쪽)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2018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짐 뱅크스 의원(왼쪽)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2018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이기도 한 러빈 단장은 지난 19일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에 취임해 미국에서 첫 트랜스젠더 4성 장군이 됐다. 그는 2011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으며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뱅크스 의원은 또 "태어나 54년을 남성으로 살아온 사람을 '최초의 여성 4성 장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언젠가 유리천정을 깰 수 있다는 꿈을 꾸는 어린 소녀들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주장했다.

위터 측은 뱅크스 의원의 게시글에 대해 "트랜스젠더의 성별을 고의로 반대로 지칭하는 미스젠더링(misgendering)을 금지하는 자사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에 트위터는 지난 23일 뱅크스 의원의 공식 계정을 일시 중지시켰다. 때문에 뱅크스 의원은 당분간 이곳에 게시물을 올릴 수 없게 됐다. 트위터는 성 정체성과 더불어 인종·민족·국적 등을 이유로 타인을 공격할 경우 계정 중지 등의 제재를 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레이철 러빈(63)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그는 2011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EPA=연합뉴스]

레이철 러빈(63)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그는 2011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EPA=연합뉴스]

뱅크스 의원은 트위터의 이같은 조치에 반발했다. 그는 24일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위터는 사실을 진술한 내 공식 계정을 정지시켰다. 난 물러서지 않겠다. 당분간 개인 계정에 글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가 내 의견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나를 지워버릴 수는 없다"며 "그들이 날 침묵시키면 당신도 침묵시킬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을 빅테크가 막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짐 뱅크스 의원이 트위터의 조치에 반발하며 올린 글. [짐 뱅크스 의원 트위터 개인 계정]

짐 뱅크스 의원이 트위터의 조치에 반발하며 올린 글. [짐 뱅크스 의원 트위터 개인 계정]

뱅크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추종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지지자들의 미 의회 습격 사건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으며 트위터 등의 계정을 영구 정지당한 상태다.

러빈 단장은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펜실베이니아주 보건장관 등을 지냈고, 지난 3월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에 오르며 미 연방 정부 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고위 공직자로 기록됐다.

그가 오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4성 장군으로 6000명의 병력을 거느리고 코로나19 등을 포함한 연방 차원의 보건 비상 상황을 총괄한다. 러빈 단장은 취임 선서에서 "중대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우리가 다양하고 더욱 포괄적인 미래를 일구는 데 따라 이번 임명이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일들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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