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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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태어난 곳이 인천이 아니다해서 어찌 인천을 고향이 아니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갔다가도 오고, 왔다가도 가는 항구인천은 포용력이 넓고 깊습니다. 인천은 땅이 질어서 좋아요. 남들은 질퍽질퍽한 개펄을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그 질퍽한 빨아들임에 반해 이곳에서 30여년 살다보니 그대로 고향이 돼버렸습니다.』
아무도 문인인지를 모르지만 인천이나 중앙문단에서 그의 작품이나 그를 직접 대해본 사람이면 최승렬씨(69)를 서슴없이 가장 깨끗하고 맑은 인천문단의 원로로 부른다.
전주에서 태어난 최씨는 수원 등지에서 성장하다 56년부터 인천의 교단에 몸담음으로 계속 인천에서 머무르고 있다.
55년 동시집 『무지개』를 펴내는 등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씨는 그러나 문인으로서보다 인천, 나아가 중앙문단을 떠받치는 문인들을 배출한 스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조남현·최원식씨 등 수많은 문인을 배출하면서 교단을 지키며 작품활동에만 몰두, 문단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기에 중앙문단에서 그의 이름 석자 찾기에도 힘들다.
『바우네/탈상이 끝났는가/사람들 자박거리는 발소리도 끝이 나면/발자욱에 소복이 눈이 고이는 밤//양식 없다 부엉/나무 없다 부엉//뒷 숲에 어두운/부엉이 울음소리//문풍지에 바람/바르르 떨어 추운 밤/어머니도 잠 안 오시나/걱정 말아 부엉//내 귀에/무서운 겨울밤 노래를 들려주오//싸르륵/눈 소리에/눈이 맑아 잠못 들던 밤도 있었다.』(『부엉 노래』전문)
최씨의 시 세계는 동심에 기초, 우리이웃의 삶과 사물들을 회화적으로 그리면서 또한 정신적 깊이를 지니고 있어 단순한 동시에만은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 최씨는 정년퇴직으로 교단에서 물러난 지금도 이웃 상가의 아픔에 잠 못 든 그 「맑은 눈」을 가지고 인천지방의 야생초를 찾아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인천사람으로서 향토자료도 남기고 싶고, 또 그 야생초들의 삶과 모습이 바로 시가 되기 때문』이라는 최씨는 말의 뿌리를 찾기 위한 어원연구에도 관심을 둬 『한국의 어원』이란 저서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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