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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비트코인 '영끌'했던 MZ세대, 다음은 NFT 아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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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아트 시장을 키운 건 암호 화폐 거래에 거부감이 없는 MZ세대예요. 이들이 만든 바람에 기존 '큰손' 컬렉터까지 움직이고 있습니다.

NFT 아트가 미술시장을 흔들고 있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Token)’의 약자다. 디지털 파일과 구매자 정보를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으로 기록해, 파일이 '원본'임을 증명해 주는 암호화 기술을 가리킨다. 디지털 아트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게 NFT 아트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일반 디지털 아트와 달리, NFT 아트는 그래서 '원본'이라는 희소성을 갖는다.

NFT 아트 열풍은 올해 6월부터 불기 시작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39·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에브리데이즈: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가 세계 최대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팔리면서다. 낙찰가는 무려 6934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85억원). 현존 작가 중에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이 소식에 블록체인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아트 테크'(미술품 투자)에 뛰어들었고, 기존 미술품 컬렉터들도 점차 NFT 아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응은 엇갈린다. "미술시장 대전환의 시작"이란 평이 있는가 하면, "과열"이라거나 "거품"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지난달 23일 아라리오 갤러리의 주연화 총괄 디렉터(홍익대 미술경영대학원 부교수)를 만나 답을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연화 아라리오 갤러리 총괄 디렉터는 “하나밖에 없는 원본이라는 희소성이 NFT 아트와 일반 디지털 아트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주연화 아라리오 갤러리 총괄 디렉터는 “하나밖에 없는 원본이라는 희소성이 NFT 아트와 일반 디지털 아트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NFT 아트는 실물이 없는 디지털 파일인데,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가치가 올라갈 수 있나요
가능하죠. 사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기준이 다르니까요. 때문에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건 ‘(그 작품을) 갖고 싶냐’는 거예요. 그 소유욕은 희소성과 관련 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원본이라는 인증을 받아 NFT 아트가 되는 순간 희소생이 생기고, 거기서 원본성을 보증할 수 없는 기존 디지털 아트와의 차이가 발생하는 거죠. 
실제로 '에브리데이즈'의 낙찰가가 큰 화제가 됐습니다. 
미술계도 많이 놀랐습니다. 전에 없던 일이니까요. (실체가 없는) ‘디지털 파일’을 785억원이나 주고 사다니. 하지만 그 거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첫째 '에브리데이즈'는 5000개의 작품을 하나로 콜라보해 만든 작품이에요. 작품 한점당 가격을 따지면 2천만 원이 안 됩니다. 꽤 현실적인 숫자죠. 두 번째 현실 화폐가 아니라 이더리움이란 암호 화폐로 거래됐다는 점입니다. 암호 화폐는 등락 폭이 큽니다. 며칠 사이에도 가치가 크게 달라지죠. (현실 화폐와) 아예 문법이 다른 거예요. 낙찰받은 사람이 메타퍼스라는 NFT 펀드의 창립자인데, 그가 초기 이더리움 투자자임을 고려하면 실제 쓴 돈은 낙찰가의 백 분의 일 정도일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금 785억원에 거래된 것과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죠.  
여러 암호 화폐 가운데 이더리움으로 거래됐다는 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플랫폼이든 화폐든 많은 사람이 써야 살아남는 거잖아요. 많은 암호 화폐 가운데 어떤 것이 살아남을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더리움이 'NFT 아트를 거래하는 데 사용하는 화폐'가 된 거예요. NFT 아트가 화제가 된 배경에는 '암호 화폐의 경쟁'도 있는 거죠. 
크리스티에서 거래됐다는 점도 상징적 의미가 있겠군요.
세계 최대의 경매사에서, 심지어 역대 세 번째로 비싼 금액으로 낙찰됐다는 건 ‘NFT 아트가 미술의 한 형태'로 대중에게 각인된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디지털 아트의 원본을 입증할 수 있고, 그걸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나아가 고가로 사고팔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요.
그래도 일반인에겐 아직 '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암호 화폐가 주식보다 멀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NFT 아트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 뒤, 오픈시(OpenSea)·슈퍼레어(SuperRare)와 같은 플랫폼에 접속해 민팅(minting, 주조) 과정을 거치면 NFT 아트가 되죠. 도장을 찍듯 인증을 받아 '암호화된 데이터'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하는 순간 시장이 형성되는 거죠.  
NFT 아트가 올해 갑자기 주목받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코로나와 연관이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아트페어나 전시를 못 하게 되면서, 모든 게 온라인으로 이동했어요. 처음에는 오프라인에서 전시하던 (실물) 작품을 온라인에서 사진으로 보여 줬습니다. 그러다 움직이는 이미지 같은 디지털 작품으로 옮겨 갔고, 비플의 작품이 고가에 낙찰되면서 NFT 아트가 주목을 받게 된 거죠. 사실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을 둔 영상 작품은 1980년대부터 존재했어요. 물론 현재의 NFT 아트는 그것과는 좀 다른,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한 미디어 팝아트'같은 느낌이죠.
NFT 아트가 이전에도 존재했군요.  
2014년 뉴욕 뉴 뮤지엄 심포지엄에서 미디어 아트 전문가와 블록체인 전문가가 협업 결과를 함께 발표하는 영상이 있어요. 거기서 둘은 각자 느낀 문제점을 얘기합니다. '복제 가능성으로 인해 만드는 순간 판매할 수 없는 디지털 아트'와 '사용가치가 없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요. 그 둘이 함께 만들어낸 게, 디지털 아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한 NFT 아트예요.
사람들이 선호하는 NFT 아트의 특징이 있나요
한국의 NFT 아티스트 '미스터 미상'의 첫 작품 '오드 드림(Odd Dream)'. ⓒMr. Misang

한국의 NFT 아티스트 '미스터 미상'의 첫 작품 '오드 드림(Odd Dream)'. ⓒMr. Misang

일단 주제가 너무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아요.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가인 '미스터 미상'의 ‘모던 라이프 이즈 러비시(Modern Life is Rubbish)’란 작품은 ‘현대인의 삶은 쓰레기다’라는 주제를 움직이는 일러스트로 표현했어요. 일러스트레이션은 순수 예술과 상업 예술의 중간 지대에 있어서, 보는 사람이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NFT 아트에서도 일러스트 작품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비주얼 세대에게 잘 맞는 형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현재 시장 규모는 어떤가요
아직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정확히 NFT 아트의 거래 규모를 말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추정은 가능하죠. NFT 거래를 집계하는 논펀저블닷컴(nonfungible.com)에 따르면, NFT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어요. 올해 9월까지 거래액만 2018년 대비 약 40배 규모죠. 이 중에서 NFT 아트가 차지하는 비중을 약 5%로 추정하는데, 앞으로 이 비중도 점점 커질 거에요. 또 카카오 클립스와 같은 플랫폼이 생기면서 주류 작가들도 NFT 아트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큰손’이라 불리는 기존 컬렉터들도 관심을 보이나요
초기에 NFT 아트를 구매한 사람들은 기존 미술품 컬렉터는 아니었어요. 금융과 기술이 접목된 분야 종사자 가운데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암호 화폐에 투자하고 미술품을 디지털 파일로 소장하는 데 큰거부감이 없는 MZ세대들이었죠. 하지만 기존 컬렉터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비플의 작품이 크리스티에서 고가에 낙찰되고, 이후 소더비·필립스 같은 메이저 경매사에서 연이어 NFT 아트를 경매에 올리면서죠.
어떤 점에서 소장가치나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는 걸까요
NFT 작품을 소유한다는 건 기존의 아날로그 작품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입니다. 현재는 '원본임이 증명된 작품'이라는 일차적 가치뿐이지만, 앞으로 메타버스 같은 가상 공간이 확대되면 NFT 아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더 늘어날 거예요. 가령 내 아바타에 샤넬 옷을 입히고 그 배경에 NFT 작품을 거는 식으로요. 지금은 멀게 느껴지지만, 예전 싸이월드에서 내 공간을 꾸미던 것처럼 NFT 아트가 쓰일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NFT 아트 입문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누구도 현재 NFT 아트 시장을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아직 초기 시장이고, 앞으로 많은 것들이 걸러질 테니까요. 분명한 건 이미 우리 현실 안에 NFT 아트가 들어왔다는 거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메타버스 같은 개념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린 이미 그것들이 뒤섞인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블록체인 기술이나 NFT 아트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우리 현실에 들어왔고,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8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 세미나 라이브 '지금 NFT 아트, 새로운 판이 열린다'

28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 세미나 라이브 '지금 NFT 아트, 새로운 판이 열린다'

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주연화 디렉터의 NFT 아트 이야기는 오는 28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 세미나 '지금 NFT 아트, 새로운 판이 열린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미나는 유튜브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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