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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만난 권양숙 여사 “노 전 대통령과 가장 많이 닮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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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호 05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오는 25일 도지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0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두 차례(18·20일) 국정감사 출석 등으로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그가 사퇴 시기를 못 박으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시동을 건 것이다. 사퇴 시점은 이날 진보 진영의 상징인 광주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직후 공개됐다.

이 후보는 이날 국감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부터 찾았다. 이 후보는 “이 나라 민주주의는 광주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광주는 나의 사회적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한 사회적 어머니”라고 말했다. 방명록엔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썼다.

호남은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70여만 명)의 약 28%(20여만 명)가 몰려 있는 전통적인 텃밭이다. 특히 광주·전남은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이자 지역 경선에서 유일하게 패한 곳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도 이날 “광주는 당연히 가장 먼저 찾아와 인사드려야 할 곳”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공과’ 발언과 극적인 대비도 시도했다. 예정에 없던 동선을 현장에서 추가한 뒤 묘역 입구에 박혀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을 밟으면서다. 이 비석은 1982년 전 전 대통령의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 일부를 떼어내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인권과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고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사람”이라며 윤 전 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석을 밟은 채론 “윤 전 총장은 존경하는 분을 밟기 어려울 테니 여기에 오기 어렵겠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관련 발언을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엔 ‘친노·친문의 성역’인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부산의 대표적 친노·친문 인사 전재수 의원이 동행했다. 묘역 입구에선 지지자 100여 명이 “이재명 화이팅”을 외치며 이 후보를 맞았다.

묘역 참배 후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께서 열어주신 길을 따라서 여기까지 왔고, 그 길을 따라 끝까지 가겠다”며 “노 전 대통령이 가고자 한 ‘반칙과 특권이 없는 길’이 요즘 제가 말씀드리는 ‘대동세상’과 똑같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예방 후 “권 여사가 이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고 말했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권 여사는 이어 “어려운 얘기를 알아듣기 쉬운 비유로 표현하는 점,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점 등 노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일에 이 후보에게 한 표 찍겠다”고 덕담을 건넸다고 전 의원은 전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사실 권 여사께는 매년 빠지지 않고 인사를 오는데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예방을 갈 때마다 (권 여사가) 젊었을 때 남편을 많이 닮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휴가를 내고 광주·김해를 방문한 이 후보는 25일 지사직 사퇴 뒤엔 전국 순회에 나설 예정이다. 민심 청취가 주요 키워드다. 지사직 사퇴 당일인 25일엔 확대간부회의와 기자회견 등이 잡혀 있다. 이런 일정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등 중단 없는 경기도정 추진을 도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도민들에게도 양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향후 과제 또한 만만찮다. 당장 이낙연 전 대표와의 만남과 당내 화합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다. 지사직 사퇴 시기 발표가 계속 늦춰진 것도 이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 등 여러 일정을 놓고 고심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전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해 “당연히 만나 뵈어야 한다. 우리가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힘을 합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의 발언 이후 당내에서는 “‘명·낙 회동’이 이르면 이번 주말에 성사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다음 주 월요일 사퇴하기로 했으니 주말에 만나자’고 제안해 왔다”며 “이번 주말 서울 모처에서 차담을 하는 형식으로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도 “이번 주말 이 후보의 일정은 비어 있다”며 주말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양측이 막판 조율 중이라고 한다.

경선 경쟁자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온 관례를 고려할 때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용할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대선 선대위 내 주요 직책에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을 임명하는 등 ‘원팀’ 구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이라며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배려심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면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면담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 후보 측 인사들도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다음 수순은 당연히 문 대통령 면담이 아니겠느냐.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모든 게 빨라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내에선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는 오는 28일 이전에 면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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