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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윗선’ 규명 불투명…검찰 일각 “부실수사 자인한 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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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호 12면

22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의원들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 촉구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전날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뺀 채 축소 기소해 비판이 일었다. [뉴스1]

22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의원들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 촉구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전날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뺀 채 축소 기소해 비판이 일었다. [뉴스1]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천억원대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3일 구속했던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배임을 빼고 뇌물 혐의로만 21일 구속기소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부실수사 지적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배임 등의 경우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이 주요 사건을 수사하면서 혐의를 분리해 기소한 건 흔치 않다.

유 전 본부장은 우선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뇌물 3억5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이 당시 개인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대장동 개발과 함께 위례신도시 개발에도 참여했던 남욱(48) 변호사와 정영학(52) 회계사와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52)씨에 받은 돈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또 2014~2015년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를 대장동 민간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 체결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뒤 2020~2021년께 그 대가로 700억원(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적용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22일 “뇌물은 받은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됐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에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00억원대의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였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배임 혐의는 아직 다듬어야 할 게 있어서 기소를 미룬 것이지 수사를 포기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을 유지하면서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배임까지 재판에 넘길 경우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되는 걸 고려했단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여태까지의 수사가 부실수사였다고 자인한 셈”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김만배씨를 배임의 공범으로 엮어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수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배임과 뇌물을 분리해서 기소한 건 보완 수사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간부도 “분리 기소의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자체로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어서 주요 사건 수사 땐 드문 일”이라고 꼬집었다.

구속영장 범죄사실 중 기소 대상에서 빠진 건 배임뿐만이 아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엔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고 적시됐지만, 공소장엔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4일 김씨에 대한 구속 심사에서 당초 유 전 본부장 영장에 기재한 ‘현금 1억+수표 4억원’을 ‘현금 5억원’으로 정정했다가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축소 기소로 일각에선 ‘윗선’ 수사 전망이 불투명해졌단 지적도 나온다. ‘윗선’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무혐의 처분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검찰은 전날 성남시청 시장실·비서실·부속실 등을 대상으로 집행한 압수수색영장에 이 지사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을 피의자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검찰 관계자들이 시장실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땐 키워드에 ‘이재명’도 넣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도 성남시청 정보통신과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15일 첫 압수수색 이후 여섯 번째다. 검찰 관계자는 “서버를 통째로 가져오면 성남시 일부 업무가 중단될 수 있고, 성남시 직원이 검사실에 와서 입회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수사팀이 매일 가서 범죄사실과 관련성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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