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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창도 재명공자의 철면공(鐵面功)을 뚫을 수 없다[이정재의 대권무림⑥]

중앙일보

입력

이정재의 정치풍자 무협판타지 대권무림 

대권무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권무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제6화 양패구상(兩敗俱傷)=사생결단 싸우면 둘 중 하나도 살아남지 못한다

# 비웃음 초식으로 국감장을 제압하다

오전 5시30분. 재명공자는 정확히 제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이 또 무림 국감이 열리는 날이던가. 불나방 같은 작자들. 뻔히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머릿수만 믿고 덤벼들기는. 그는 가볍게 하품을 했다. 그제 국감과 다를 게 없다. 그가 아는 11명 야권 무림의원들의 무공실력으로는 자신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었다. 재명공자는 수통기(手通器)를 다시 들여다봤다.

'건투를 빕니다. 무림지존 재인군.'

달랑 한 줄. 처음엔 헷갈렸다. 격려인가 경고인가. 이틀을 곰곰 생각했다. 재인군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결코 "부(否)-아니오"라고 말하지 않는 위인. 입을 다물면 다물었지 "당신이 틀렸다" 또는 "아니다"라고 남의 면전에서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재인군의 "건투를 빈다"는 문자는 말 그대로 응원일 것이다. 잘못되면 '당신을 갈아치우겠소'라는 경고는 결코 아닐 것이었다. 재명공자는 뜻 모를 미소와 함께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면 무림 국감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는 호신무공인 철면공(鐵面功)을 얼굴 가득 끌어올렸다.

"똑바로 좀 찔러봐. 그걸 공격이라고 하는 건가. 최고수급이라는 무림의원의 무공이 그래서야 되겠어. 도대체 무공의 무(武)자나 제대로 아는 거야.”

재명공자는 국힘당 무림의원 은혜선자의 공격을 받아내며 큰소리를 쳤다. 하루 내내 11명 야권 무림의원들이 18반 무예를 다 쏟아내며 공격을 해댔지만, 그의 철면공에는 모기에 물린 것만큼도 충격을 주지 못했다. 하물며 18명의 여권 의원들이 공동 수비진을 쳤으니, 그 철벽 방어를 어찌 뚫으랴.

"ㅎㅎㅎ. ㅋㅋㅋ"

그제 국감 때는 '조폭황금받아먹고탈날걸'초식을 펼친 용판거사를 비웃음 초식 하나로 가볍게 물리쳤던 재명공자다. 윽박지르고 호통치고 유리한 것만 얘기하고 비웃고 논점이탈까지 그의 초식 운용은 거침이 없었다.

재명공자의 철면공은 고금 최고 수준이다. 강호 전체를 통 틀어도 그만큼 절정으로 익힌 무인은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철면공은 가족과 연인,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후흑(厚黑)공과 같이 쓰면 수비무공으론 천하제일이다. 물론 정직검(劍)이나 청렴도(刀)같은 무공을 만나면 그 즉시 박살이 나고 말겠지만 현 무림에는 이 무공을 익힌 자가 전무했다. 정직검과 청렴도는 익히는데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단 한 번 사악한 무공의 유혹에 빠지기만 해도 평생 쌓아 올린 내공을 한순간에 잃고 마는 극기의 무공이기 때문이다. 황금만 좇는 현 무림 세태에선 청렴도나 정직검을 익힌 자가 나올 리 만무했다. 재명공자가 자신의 철면공에 자신만만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야권 무림위원들은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심지어 재명공자가 뒷짐을 진 채 호신기(護身氣:신체를 지키기 위해 내공으로 만든 방어막)만 펼치는 데도 못 당하고 제풀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선택은 탁월했다. 애초 참모들은 잠시 물러서자 했지만, 천만의 말씀. 국감을 피하는 건 하지하책이다. 정면 돌파, 뚫고 나가야 한다. 강호의 제일법칙은 강자존(强者存), 차기 지존좌는 결국 패도 무공의 겨룸으로 결판날 것이다. 섣불리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무림국감은 재명공자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번엔 내 차례다. 받은 공격의 열배, 백배 돌려줄 것이다. 기다려라, 나찰수, 긴장해라, 야권 무림. 후흑철면공이 어째서 천하제일의 무공인지 똑똑히 보여주리라."

#내가 나섰다면 너는 한주먹 감이야

만인전시기(萬人電視器)속 그는 자유자재였다. 상대하는 야권 무림의원들이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반푼공자 이재명. 나머지 반은 남의 것으로 채운다고 반푼이라더니, 딱 맞는 별호 아닌가. 지켜보던 나찰수 윤석열은 분통이 터질 판이었다.

"고얀 자. 내 기필코 가만두지 않으리라. 감히 나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진짜 감옥에 갈 이가 누구인지 보자. 으드득..."

그가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지켜보던 그의 아내 옥수날심(玉手辣心) 김건희가 살포시 그의 손을 잡았다. 섬섬옥수에 독한 마음이란 별호처럼 가늘고 흰 손이다.

"꼭 그렇게 될 거예요."
"나 같으면 당장 저자를 잡아넣을 죄가 최소한 셋은 되오."
"어떤 건가요?"

"우선 자신의 임무를 배신한 죄. 초과이익환수 초식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김만배 일당에게 돈을 퍼줬소. 그는 자기가 초식 사용을 금지한 게 아니라 부하 직원의 사용 건의를 안 받아들였다고 했는데, 웃기는 소리. 강호인들을 우습게 보는 말장난일 뿐이요. 대중검자가 일찍이 '나는 약속을 못 지켰을 뿐이지 거짓말은 한 적이 없다' 했는데, 딱 그와 같소. 말장난으로 있는 범죄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소."

"조폭을 동원해서 원주민 땅을 뺏었다면서요? 그것도 큰 죄가 되겠지요?"

"물론이요. 게다가 조폭을 변호하고 수행원으로 8년씩 데리고 다니기까지 했다면, 그자가 바로 조폭이 아니면 뭐겠소. 변호사 비용을 남이 대신 내주게 한 것도 옴짝달싹 못 할 죄요. 내가 현직 무림 감찰의 수좌 포두(捕頭)였다면 벌써 감옥에 보냈을 거요."

옥수날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자는 당신이 지금 감찰 총수가 아닌 것에 무척 감사해야겠군요"

"그렇소. 어쨌든 재명공자는 무사하지 못할 거요. 그가 버틸수록 더 많은 화살과 첩보가 쏟아질 것이요. 그는 결국 자기 운명의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요. 그리되면…"
"그리되면…. 당신이 지존좌에 오르는 건 여반장(如反掌),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이 되겠군요."

부창부수. 아내의 대거리에 슬쩍 웃음이 나왔지만, 나찰수의 미간엔 금세 굵은 주름이 깊게 패였다. 마냥 즐거워만 할 수는 없었다. 현 상황은 결코 그에게 녹록하지 않다. 여권 무림은 총공세에 나섰다. 어떤 암격(暗擊)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저들의 고발사주 초식은 갈수록 위력이 세지고 있다. 처음엔 이런 말도 안 되는 초식을 쓰다니, 우습게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 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 야권 무림의 경쟁자들까지 고발사주 초식을 휘두른다. 한술 더 떠 심술(心術)도사 홍준표는 "재명공자와나찰수, 둘 다 감옥에 가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판이다.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게다가 아내와 장모에 대한 적들의 공격은 더 집요하고 거칠어 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경선 비무 직전 최강의 '윤석열죽이기' 초식을 쏟아낼 것이다. 어떤 초식일지 대강 짐작은 간다. 그러나 마땅한 방어수단이 없다. 무조건 버텨야 한다. 열흘이다, 열흘. 열흘만 버티면 된다. 야권의 경선 비무가 끝나면, 지존 후보만 되면, 한숨 돌릴 수 있다. 적어도 내부 칼질은 멈출 것이다. 재명공자와의 건곤일척, 한판 싸움만 준비하면 된다.

사실을 말하자면 적의 공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나찰수 윤석열 자신이었다. 그의 성명절기(成名絶技=이름을 떨친 무공) 나찰수는 아직 미완성이었다. 나찰수는 악귀와 마졸을 잡는데는 어떤 무공보다 뛰어나지만, 천하를 경륜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순간순간 초식의 흐름이 끊어지는가 하면 전혀 위력 없는 엉뚱한 초식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대로는 재명공자는커녕 야권 무림 경선 비무의 승리도 자신할 수 없다. 국방·외교·안보공을 더 익혀야 한다. 경제공은 또 어떤가. 그런데 시간이 없다. 아무리 속성 연마를 한들 이런 정통 무공들이 어디 하루아침에 익혀지겠나. 그래서 생각한 게 독두광마(禿頭狂魔) 전두환이다. 그의 '믿고다맡기기초식'이야말로 내겐 안성맞춤이다.'

이른바 권력 통째 위임. 경제는 유승민에게, 무림총리는 희룡공자에게, 심술도사 홍준표는 야권무림의 총수…. 나는 악귀·마졸을뿌리 뽑아 정의와 공정이 흘러넘치는 무림을 만드는 데만 주력한다. 이런 구상을 밝히려고 했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어쩌면 이렇게 초식 구사가 서투르단 말인가. "독두광마가 다 잘못했는데 이거 하나, 믿고다맡기기초식만은 배울만 하다."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5·18 빼고는 다 잘했다"라고 하다니. 초식의 순서를 바꾸면 전혀 다른 무공이 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요, 점 하나만 찍으면 님이 남이 되는 이치다. 게다가 하필 왜 독두광마를 소환했느냔 말이다. '대머리에 미친 악마'란 별호처럼 온 강호인의 미움을 사는 그 독두광마를. 그렇다고 대구·경북 무림의 민심을 잡기 위해 소환했다고 털어놓을 수도 없잖은가. 참모들은 당장 사과하라 하지만 천만의 말씀. 일이 터질때마다 사과하는 건 하지하책이다. 정면 돌파, 뚫고 나가야 한다. 강호의 제일법칙은 강자존(强者存), 차기 지존좌는 결국 패도 무공의 겨룸으로 결판날 것이다. 섣불리 정도 무공을 쓰다간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

〈미니 인터뷰〉 제주의 아들 희룡공자

야권 무림 4등이 여권의 지존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정말 가능할까. 희룡공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온 야권 경선 비무부터 이겨야 한다.   
"드디어 공간이 열렸다. 보수 무림의 적자가 나다. 감찰 출신에 행정가요, 무림 의원까지 해봤다. 이런 내공을 갖춘 후보는 나밖에 없다. 드디어 강호제현들이 나 희룡공자의 진가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판세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닌가. 
"이번 주가 고비다. 군세(群勢=지지율)가 두 자릿수로 올라서면 기필코 역전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그러기엔 패왕색(覇王色=임금의 기운), 영어로는 프레지던셜 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패왕색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더 중요한 건 상대적이라는 거다. 내 무공은 재명공자와 상극이다. 대장동 1타 강사로 이미 증명했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1타 강사를 넘어 패왕색을 갖춘 절대 고수로 거듭나는 중이다."  
야권 경선 비무가 과열됐다. 정통 무예는 실종됐고 비방과 흑색공이 난무한다.   
"지지율이 잘 나오자 여기서 이기면 본선에서도 이긴다며 흥분한 상태다. 정통 무공 실력은 없고 당장 상대를 이기기는 해야겠고. 그런 후보들이 비방과 흑색무공을 쓴다. 한심한 일이다. 지금은 곤경에 처한 듯하지만, 재명공자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재인군을 필두로 한 여권 무림은 여전히 강성하다. 허름한 후보를 대표선수로 내세웠다가는 자칫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  
나찰수 윤석열과 동맹을 맺었다는 얘기가 있다. 
"동맹은 무슨, 나찰수가 낙마하면 '당신이 내 대신 하라"고 우리끼리 얘기한 적은 있다. 심술도사 홍준표도 '내가 아니면 희룡공자'라고 했다. 그런 정도 덕담이야 아무나 나누는 것 아닌가."
강호 동도들은 희룡공자가 '물건은 좋은데, 지금이 아니라 다음이다"라고 말한다. 
"다음은 없다.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다. 이번에 지면 야권 무림에 미래는 없다. 다른 후보로는 재명공자의 간계와 사공을 당해낼 수 없다. 나만이 재명공자의 약점을 제대로 찌를 수 있다. 야권 무림의 선택지는 오직 하나, 나 희룡공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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