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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北 SLBM, 도발 아니다"···국방부는 "미사일 연구개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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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2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지난 19일)에 대해 '도발이 아니다'란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국방부 업무보고 자료에선 북한의 SLBM 발사를 놓고 “연구개발 활동 지속”이란 표현을 써 비판을 자초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욱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제의 발언은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강 의원이 “북한의 SLBM, 극초음속 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관은 어떻게 보냐”고 묻자, 서 장관은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는데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도발’이란 것은 우리 영공ㆍ영토ㆍ영해에 피해를 미치는 것”이라며 “국민에겐 (위협과 도발을) 구분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같은 당의 한기호 의원은 “송영무 장관 시절인 2016년 6월과 8월, 2017년 8월과 9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자) 분명히 북한 미사일 도발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그 이후로 도발이란 말이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앞서 북한의 김여정 당 부부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잇따라 한·미를 향해 '이중 기준' 철폐를 요구했다.

국감에 앞서 국방부가 배포한 업무보고 내용도 논란이 됐다.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북한군 동향’이라며 “SLBM 시험발사 등 미사일 연구개발 활동 지속”이라고만 썼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 증강을 '연구개발'로 표현해 북한 미사일을 마치 무색무취한 일반적인 과학기술 개발처럼 바라보는 듯한 시각이 담겨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국엔 치명적이다. 또 유엔 안보리는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단순한 '연구개발 활동'으로 간주하지 않고, 제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의원이 “북한이 얘기한 그대로 똑같은 단어를 써도 괜찮냐”고 따져 묻자, 서 장관은 “의미가 그렇게 포함(돼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방부는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 “최우선 5대 과업에 속하는 극초음속미싸일 연구개발사업은 순차적이고 과학적이며 믿음직한 개발공정에 따라 추진( 9. 29., 조중통)”이라고 북한 발표를 알리면서 이와 동일하게 ‘연구개발’로 표현했다.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배포한 업무보고 내용에 ‘북한군 동향’으로 “SLBM 시험발사 등 미사일 연구개발 활동 지속”이라고 적혀 있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북한 발표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국방부 업무내용 중 해당 부분.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배포한 업무보고 내용에 ‘북한군 동향’으로 “SLBM 시험발사 등 미사일 연구개발 활동 지속”이라고 적혀 있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북한 발표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국방부 업무내용 중 해당 부분.

북한 SLBM 발사와 관련, 서 장관은 “한·미 정보당국 간에 사전에 (발사) 징후를 탐지하고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탐지된 제원과 공개된 영상을 고려해 봤을 때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수중 발사”라며 “고래급(2000t급) 잠수함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중앙일보 10월 21일자, 1ㆍ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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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 장관은 한ㆍ일 당국의 미사일 발사 수 판단 차이에 대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의 질의엔 '일본이 틀렸다'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지난 19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합동참모본부는 “1발 발사”를, 일본 방위성은 “2발 발사”라고 서로 다르게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 장관은 “우리 탐지 자산이 근거리에서 봤고, 다(多)출처에 의해서 우리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ㆍGSOMIA)을 통해) 사후에 (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북한 SRBM - 신형 SLBM 주요 특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 SRBM - 신형 SLBM 주요 특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날 국감에선 북한이 방위산업체 해킹을 통해 SLBM 관련 기술을 탈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 2016년과 최근 북한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해킹을 통해 SLBM 플랫폼(도산안창호함) 및 원자력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을 훔쳐갔다”며 서 장관에게 “보고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서 장관은 “자세한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며 “수사하고 있다는 것만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변칙 비행으로 요격이 까다로운 것으로 파악된 북한의 신형 SLBM 대응과 관련해선 서 장관은 “요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서 장관은 북한의 SLBM 발사 성공 주장에 대해선 “SLBM은 발사 하나만 갖고 분석하진 않는다”며 “플랫폼을 발사 이후에 안정적으로 운영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분석 후에 (북한이 SLBM) 보유국이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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