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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국내 첫 상장’ 수제맥주 개척자…몸값은 결국 해외진출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맥주라고 하면 카스 아니면 하이트인 줄 알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많이 변했습니다. 다양한 신규 브랜드가 나오고, 해외에선 값싼 수입 맥주가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죠. 크래프트 비어(수제맥주)가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한 것도 최근의 변화입니다. 오늘은 수제맥주 제조사 중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한 제주맥주에 대해 알아볼게요. speci****@naver.com, kmg****@naver.com 두 분의 독자님이 요청해주셨습니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중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제주맥주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중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제주맥주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게임 체인저? 정도로 부를 수 있을 텐데요. 출발은 늦었지만, 지금은 1등! 2015년 설립해 2017년 첫 제품인 제주위트에일을 내놨는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들어와 큰바람을 일으켰죠. 첫해 5%였던 수제맥주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8.4%로 점프! 기세를 몰아 올해 5월엔 상장까지!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 기업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죠. 하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3200원)를 조금 밑돌고 있습니다.

역사 공부가 좀 필요한데요. 국내에서 수제맥주 제조 면허를 내준 건 2002년. 하지만 만든 매장 안에서만 팔 수 있었기 때문에 구멍가게를 벗어날 수 없었죠. 외부 유통이 가능해진 2014년부터 분위기가 확 달려졌는데요. 실제로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00억원에서 2020년 1180억원으로 확 커졌습니다.

대표상품 제주위트에일. 제주맥주

대표상품 제주위트에일. 제주맥주

여기에 힘을 보탠 건 주세법 개정! 한국은 오래전부터 술의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채택! 수제맥주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컨셉인데 가격으로 세금을 매기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죠. (대기업이 무조건 유리!!) 좋은 원재료 쓰고, 투자를 늘려봐야 세금만 늘어나는 꼴! 수입맥주가 ‘4캔 1만원’ 마케팅으로 배를 불리는데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왔고, 결국 지난해 1월 종량세(주류 양을 기준으로 부과) 체계로 변경!

국내 수제맥주 개척자…가격경쟁력 확보, 파워 UP #1000만 관광지 ‘제주’ 브랜딩…마케팅 전략 주효 #주류 시장 정체, 해외에서 돌파구 찾아야

국내 수제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거죠. 제주맥주는 이 타이밍을 잘 파고들었습니다. 맥주 판매의 70%를 차지하는 캔을 내세워, 수제맥주 업계에선 가장 먼저 ‘4캔 1만원’ 카드를 썼는데 인지도 UP! 운도 따랐습니다. 때마침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돼 수입맥주 강자였던 아사히 등이 크게 흔들렸죠. 반사이익 덕에 판매도 UP!

수제맥주 시장 성장세는 진행형! 연평균 46% 성장해 2023년 37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입니다. 올해 분위기도 좋은 편. 제주맥주는 업계에서 가장 큰 생산시설을 보유(롯데칠성음료와 OEM 계약도 체결)했고, 5대 편의점과 4대 대형마트에 모두 입점해 판매망 역시 탄탄한 상황. 설립 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거란 전망도 나오네요.

2018년 배틀그라운드와의 콜라보. 제주맥주

2018년 배틀그라운드와의 콜라보. 제주맥주

제주맥주 주력제품은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거멍에일 삼총사입니다. 맏형 격인 제주위트에일의 비중이 절반 정도고, 채널별로는 편의점(60%)에서 가장 많이 팔립니다. 콜라보레이션도 많이 하는데요. 최근엔 글로벌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과 손잡고 스페셜티 맥주 ‘커피골든에일’을 내놓기도 했죠.

편의점 등과 손잡고 PB 상품을 주로 만드는 다른 수제맥주 업체와 달리 ‘제주’의 이미지를 이용해 특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한 게 확실한 강점입니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유명 관광지를, 다양한 형태로 변주할 수 있으니 앞으로 내세울 아이템도 무궁무진! 스타를 내세운 TV 광고 없이, 젊은 느낌 ‘팍팍’ 나는 브랜드로 키운 마케팅 역량도 높이 평가할 만!

올해 블루보틀과의 콜라보. 제주맥주

올해 블루보틀과의 콜라보. 제주맥주

마케팅을 아무리 잘해도 맛없는 맥주를 먹을 리 없죠. 제주맥주는 사실 수제 맥주 선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미국 뉴욕 1위 크래프트 비어 제조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죠. 양조장 운영과 양조기술, 관련 노하우를 제공받고 있는데요. 이는 초기 정착에 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미래 전략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잘하면 먹고야 살겠지만, 미래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작은 시장에 머물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니까요. IPO 때부터 제주맥주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선언! 중국, 동남아를 시작으로 우리 수제맥주를 내다 팔아보겠다는 건데,

제주맥주 생산시설. 제주맥주

제주맥주 생산시설. 제주맥주

물론 쉽지 않죠. 여기에 제주맥주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만들고, 생산·공급 생태계를 갖추는 일. 성공한다면, 그리고 그 속도가 빨라진다면 몸값 계산은 크게 달라질 겁니다. 현재로썬 제주맥주가 이 구상에 가장 근접해 있습니다.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만약 BTS 맥주가 나온다면?

그런데도 불안한 포인트. 앤츠랩이 8월 하이트진로(‘홈술만으론 날 수 없는데’ 폭염에도 웃지 못하는 소맥 대장주')를 분석할 때 언급했듯이 국내 전체 주류 소비량은 장기적으로 미세하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맥주는 최근 10년간 지난 10년간 연평균 -1.3% 역성장(국산 맥주 출고량)했는데요. 전체 파이가 작아지고 있다는 의미!

제주펠롱에일. 제주맥주

제주펠롱에일. 제주맥주

소주·맥주·막걸리 정도의 카테고리에 무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도 부담을 키웁니다. 바로 와인인데요. 와인의 수입 규모는 지난해 이미 맥주를 넘어섰는데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올해 8월까지 와인 수입액은 3억7045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입액(3억3002만 달러)을 추월! 제주맥주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수제맥주가 아닌 ‘가성비’ 와인일지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당장은 걱정 없는데, 5년 뒤 어디쯤 있을까?

※이 기사는 10월 2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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