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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 언제까지 지켜볼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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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지난 13일 오전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과 인접한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최상류 군남댐 하류 일대에 사이렌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하천 주변 야영객과 행락객 등에 대한 대피 안내방송도 나왔다. 같은 시각 임진강변 행락객·야영객·어민·지역주민 등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는 문자 메시지도 발송됐다.

경기도와 연천군이 군남댐 상류 10㎞ 지점 군사분계선 인근 필승교 수위가 ‘하천 행락객 대피 수위’인 1m를 넘어서자 긴급 대응에 나섰다. 안내방송과 함께 사이렌 소리에 강가 행락객과 야영객 등은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필승교 수위는 전날인 12일 오후 5시 40분부터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하다 급작스럽게 물이 붇기 시작하면서 이날 오전 1시 13분 1m를 넘어섰다. 13일 오전 0시 10분 70㎝이던 수위는 불과 1시간 3분 만에 30㎝나 불어나 하천 행락객 대피 수위를 웃돌았다. 이날 필승교 수위는 오전 4시 20분에 최고 1.43m까지 올라갔다가 약 16시간 후인 오후 5시쯤 1m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지난 13일 경기도 연천군의 임진강 상류 일대에 비가 내리지 않았음에도 군남댐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경기도 연천군의 임진강 상류 일대에 비가 내리지 않았음에도 군남댐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급격한 수위 변화는 예측할 수 없었던 긴급 상황이었다. 임진강 상류 일대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임진강물이 갑자기 불어났다. 연천군 관계자는 “북한 황강댐에서 사전 통보 없이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황강댐은 필승교에서 40여㎞ 임진강 상류에 있다.

그간 군남댐 하류 임진강 일대에서는 황강댐 무단방류로 피해가 이어져 왔다. 지난해 8월 북한의 일방적인 방류로 수위가 역대 최고치까지 상승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어선이 다수 유실됐다. 2016년 5월 16일과 17일엔 예고 없는 방류로 파주 임진강 어민 100여 명의 어구가 대부분 떠내려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2009년 9월 6일엔 연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지역민과 어민의 시름이 깊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군남댐 하류 임진강 일대에는 밤낮없이 야영객과 낚시객이 진을 치는 데다 어로작업도 이뤄지는 상황인데, 또다시 북한 황강댐에서 무단방류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은 당장 무단방류를 멈추고, 방류 계획을 사전에 우리 측에 통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하고 사전에 댐 방류를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그 약속은 지금 어디로 갔나. 마침 북한은 이달 들어 남북 통신 연락선을 재복원한 마당이다. 북한 당국은 비(非)군사적·비정치적인 이슈인 재난 예방에 마땅히 협조해야 한다. 무단방류는 우리 국민의 재산 피해는 물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