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95% 줄여야 할 철강사들 “정부 목표 비현실적”

중앙일보

입력 2021.10.19 00:02

업데이트 2021.10.1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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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건가.”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 발표 직후 기업들이 쏟아낸 탄식이다. 그간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한 사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18일 “정부의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으로 투자와 생산이 위축될 것”이라며 “결국 제조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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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는 이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존 26.3%(2018년 대비)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심의·의결했다.

자료: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자료: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이에 따라 제조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탄중위는 최종안에서 2050년 산업 분야 탄소 배출량을 8월 발표했던 초안(5310만tCO2eq)보다도 소폭 축소한 5110만tCO2eq으로 제시했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95%)·시멘트(53%)·석유화학 및 정유(73%)는 물론 반도체·디스플레이(78%) 등 전력 다소비 업종도 2018년 대비 2050년까지 배출량 대부분을 줄여야 한다.

이들 업종이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선 기존 공정 자체를 바꿔야 해 비용이 더 든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한국석유화학협회 내부자료에 따르면 2050년 업계 예상 탄소 배출량(1억1006만8000tCO2eq)을 모두 감축하기 위해 최대 270조원이 필요했다. 한국철강협회도 대표적 탄소 저감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석탄이 아닌 수소로 철광석 녹이는 기술) 적용에만 109조4000억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산업계는 현장의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업계는 “정부의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계와 산업계는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해 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기업의 우려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상용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원대한 목표만 세우고 있다는 데 모아진다. 특히 발전부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철강업계의 고민이 크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이미 에너지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인 상황이라 탄소 배출량을 더 줄일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며 “감축 기술 중 하나인 수소환원제철도 2030년대 중반 이후나 돼야 상용화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포스코의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 사업장 배출량을 2017~2019년 3개년 평균 대비 10% 줄이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때까지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연간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예상 그래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예상 그래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석유화학업계와 시멘트업계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 계획을 내놨지만 상용화 시점은 불투명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연료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디다”며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수립한 목표치 달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시멘트 가격의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감당하기 어렵다”며 “2030년까지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탄소 감축 목표에 맞춰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도 문제다.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이론상 설비에만 30조~40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달성에 들 천문학적인 비용에 대한 추계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국민과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당사자이면서도 얼마나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우려가 크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급격히 높이면 제조업 중심인 산업 구조상 큰 비용이 수반된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전기요금이 높아 원자재 가격과 제조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환경단체들은 기업과 달리 정부의 탄소 감축 계획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린피스의 경우 “과학계가 2030년까지 2010년 탄소 배출량의 최소 45% 이상 감축이 필요하다고 경고하자 유럽연합(EU)·미국·일본 등 주요 배출국은 감축목표를 강화했다”며 “한국도 2030년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최소 50%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탄소중립 계획 발표 직후 환경단체는 정부의 감축목표가 소극적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을 전면 재수립하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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