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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외교 전문에 오징어 게임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좌절감 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電文)에 등장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무부 전문, ‘오징어 게임’에서 한국 정치의 반향(echoes)을 보다〉라는 제목의 FP 기사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한국을 ‘고도로 계층화된 국가(highly stratified country)’로 인식했다. ‘오징어 게임’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주요 정당 정치인들이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 고도로 계층화된 한국에서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17일자 홍콩 동방일보 주말판 1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을 조명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동방일보 캡처]

17일자 홍콩 동방일보 주말판 1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을 조명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동방일보 캡처]

FP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이 드라마의 어두운 이야기의 중심에는 평범한 한국인들, 특히 취업과 결혼, 계층 상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있는데 이는 암울한 경제 전망이 한국 사회 고민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FP는 한국이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자살이 19~29세의 사망 원인 1위에 올랐다는 내용이 전문에 담겼다고 전했다.

FP는 또 “미국 외교관들은 ‘오징어 게임’이 두 선두 정당의 부패 의혹으로 얼룩진 대선의 정치적 시대정신(zeitgeist)을 포착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문에는 “양대 정당 대선주자들이 ‘공정’과 ‘정의’ 사회를 만들겠다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선거 연설은 청년층 사이에서 이미 커지고 있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FP는 보도에서 전문 작성의 주체를 밝히지 않았는데, 통상 해외 근무 외교관이 주재국 동향을 본부에 보고할 때 전문을 쓴다는 점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보낸 평가일 가능성이 있다. 국무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FP는 전했다.

영국 BBC는 〈오징어 게임- 한국 드라마 중독의 증가〉 제하의 기사에서 “BTS, 블랙핑크는 음악계에서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고 ‘기생충’ ‘미나리’는 오스카를 거머쥐어 할리우드를 뒤집어 놨다”며 “‘오징어 게임’의 치솟는 인기는 수년째 서구 전역에 퍼진 ‘한국문화 쓰나미’의 가장 최신 물결”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8억9110만 달러(약 1조원)로 추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에 2140만 달러(약 253억원)를 투자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 검색어 수치가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를 두 배 가까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오전 현재 웨이보 해시태그 검색어로 보면 #오징어 게임(魷魚遊戱)#은 20억2000만 건, #장진호(長津湖)#은 11억900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전인 16일 ‘장진호’는 928만8864건이었는데 ‘오징어 게임’은 1456만4379건을 기록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중국에서 차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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