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남편 앞, 몰래 매달 350만원 보험료 낸 전처의 비밀[요지경 보험사기]

중앙일보

입력 2021.10.16 08:00

업데이트 2021.10.16 09:44

[요지경 보험사기]

50대 A씨는 이혼한 전남편 B씨의 종신보험의 보험료로 매달 350만원씩을 꼬박꼬박 내왔다. 전남편이 사망하면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이 사망보험금 10억원을 받는 보험이었다. 전남편은 오랜 투병 생활로 인해 경제적 여유가 없던 차였다.

A씨는 이혼한 전남편 몰래 종신보험을 가입해, 전남편 사망 후 보험금을 타내려 하다 적발됐다. 셔터스톡

A씨는 이혼한 전남편 몰래 종신보험을 가입해, 전남편 사망 후 보험금을 타내려 하다 적발됐다. 셔터스톡

그런데 이런 A씨의 보험료 납부는 B씨의 죽음이 임박한 걸 알게 된 A씨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꾸민 일이었다. B씨는 A씨의 보험가입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심지어 A씨는 완전 범죄를 위해 현 남편에게 전남편인 B씨 행세를 시키기도 했다.

보험설계사 출신인 A씨는 B씨와 2013년 이혼했다. B씨가 소화기 관련 질환으로 수년째 투병생활을 하며, 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 이혼의 사유라고 한다. A씨는 이혼 후 C씨를 만나 재혼했다. 2018년 무렵 전남편인 B씨의 몸 상태가 더 나빠진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가 가까운 시일 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보험사기를 계획한다.

A씨는 2018~19년 사이 B씨 명의로 종신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B씨 사망시 보험금을 받는 보험수익자는 전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로 했다. 이렇게 A씨가 B씨 명의로 가입한 종신보험만 5개였고, 계약 보험금만 총 10억원가량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혼한 본인을 수익자로 할 경우 보험사의 의심을 살까봐 자녀들 명의로 보험에 가입했다”며 “자녀들이 A씨가 B씨 명의로 보험 가입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현남편인 C씨에게 전남편 행세를 하게 해 보험사를 속였다. 셔터스톡

A씨는 현남편인 C씨에게 전남편 행세를 하게 해 보험사를 속였다. 셔터스톡

A씨는 B씨 몰래 종신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꼼수도 썼다. 전남편의 서명을 위조해 보험사에 냈고, 가입자 본인 확인에는 현 남편인 C씨를 동원했다. 보험사가 신원 확인 전화를 하자 현 남편이 B씨인 척을 해 보험사를 속였다. 보험사에는 B씨가 투병 중인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보험설계사 출신이라 서류 위조 등의 과정이 용이했다고 한다.

A씨가 B씨 명의로 낸 보험료만 매달 350만원이었다. 만만치 않은 액수였지만 A씨의 예상대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낸 지 1년도 되지 않은 2019년 말 B씨가 사망했고, A씨는 B씨 사망 직후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A씨의 보험사기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B씨가 단기간에 여러 보험사에서 종신보험에 가입한 걸 수상하게 한 보험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SIU가 먼저 의심한 건 B씨가 자신이 투병 중인 사실을 숨기고 종신보험에 가입했는 지 여부였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B씨 서명의 진위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SIU는 경찰에 A씨의 보험사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수사 결과 보험사기 행각이 들통났다.

1심 재판부는 올해 A씨에게 보험사기 미수와 업무 방해,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험설계사로 근무한 피고인이 이혼한 전남편 명의의 사문서를 위조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범행은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다수의 보험가입자에게 그 피해를 전가하는 중대한 범죄로 죄질이 나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사기가 미수에 그치고 이전에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이 고려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C씨에 대한 보험사기 가담 여부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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