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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진료에 가짜 영수증 발급…보험금 6억 챙긴 의사 부부

중앙일보

입력

요지경 보험사기 

대구에서 1994년부터 의원을 하던 내과 의사 A씨는 2013년 처음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졌다. 좁은 골목길에 있어 찾는 환자가 많지 않았던 탓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인 B씨와 공모해 가짜환자를 모아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해줬다. A씨 부부가 7년간 허위청구로 타낸 보험금은 실손보험금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합쳐 6억원이 넘었다.

대구에서 내과의원을 하던 A씨는 보험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셔터스톡

대구에서 내과의원을 하던 A씨는 보험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셔터스톡

보험사기의 끝은 병원 폐업이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보험사기 혐의 등이 인정받아 징역 3년 형을 선고 받았다. 운영하던 병원도 문을 닫았다고 한다.

A씨의 보험사기는 병원에서 수납 업무를 담당하던 부인인 B씨가 주도했다. B씨가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등 지인으로부터 실손보험 가입자를 소개받았다. B씨가 먼저 보험설계사에게 접근해 허위 진단서 등을 발급해 줄 테니, 이를 이용해 보험금을 청구하기로 한 것이다. 지급 받은 실손보험금을 B씨와 브로커, 환자가 3분의 1씩 나눠 가지기로 했다.

B씨가 이렇게 접근한 브로커는 6명이었다. 보험설계사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짜 환자는 보험설계사의 고객인 경우가 많았고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모집했다.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주사. 펜에 주입된 비만치료제를 필요한 용량만큼 주사할 수 있다. 임현동 기자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주사. 펜에 주입된 비만치료제를 필요한 용량만큼 주사할 수 있다. 임현동 기자

처음에는 다이어트 주사인 삭센다 등을 맞은 환자의 병명을 실손보험 청구 가능한 것으로 바꿔 허위 소견서와 영수증을 발급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비만 치료의 경우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탓에 감기나 화상 등의 다양한 병명을 동원했다. 예방접종을 한 뒤에 식중독 등의 항목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한 경우도 있었다.

보험사기를 반복하며 수법은 대담해졌다. 병원에 오지도 않은 환자에게 진단서와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실제로는 병원에 한 번 왔는데 10회 이상 병원을 찾은 것으로 영수증을 꾸미기도 했다.

B씨의 지인이던 C씨는 아들을 가짜 환자로 둔갑시켰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아들이 실제 진료를 받지 않았지만 3일 동안 혀에 난 염증을 진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B씨가 본인과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보험금을 청구한 게 190회, 수령한 보험금만 1억3310만원이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들의 범행은 2019년 초 보험사에 허위청구가 의심된다는 제보가 접수되며 발각됐다.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해당 병원을 찾아 A씨와 면담을 했고, 보험사기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원장과 환자 역할을 한 257명이 조사를 받았다. A씨와 B씨, 그리고 환자를 모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브로커 D씨가 구속됐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보험사로부터 5억3600만원의 실손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1억원 가량의 요양급여를 받아 챙겼다.

지난해 12월 대구지방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다수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수년에 걸쳐 허위의 진료 소견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보험회사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챈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A씨가 보험사에 피해액 5억원을 변제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현재 A씨는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브로커 중 가담횟수가 많은 D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우자 B씨에게는 A씨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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