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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기밀입니다"…위례 150억 민간수익 배분 '깜깜이' 논란

중앙일보

입력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수익 배분 내역 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 공공기관이 주도한 민관합동 개발이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특혜 논란이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과 설계구조가 흡사해 ‘예행연습’의 장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지난 5일쯤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 ‘민관개발 사업 시 도시개발공사 및 민간에 배당된 이익 금액’ 자료를 요청했지만 14일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요청한 위례신도시 사업계획서에 관해서도 공사 측은 “수사 중인 사안”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성남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은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A2-8 블록(6만4713㎡)에 아파트 1137가구를 분양한 사업이다. 2013년 9월 설립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첫 개발사업이기도 하다. 공사와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은 그해 11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푸른위례프로젝트를 설립해 사업을 이끌었다. 지분율은 성남도시개발공사 5%,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 95%다.

위례신도시 개발 개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위례신도시 개발 개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의 세부 지분율은 보면 푸른위례프로젝트의 업무를 위탁하는 자산관리회사(AMC)인 위례자산관리 13.5% 외 부국증권 19.4%, 미래에셋증권 2.5%, 메리츠종합금융증권 14.9%, IBK투자증권 14.9%, 유진투자증권 14.9%, SK증권 14.9%로 구성된다. 이 중 메리츠·IBK·유진·SK증권은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참여했다.

금융사 뒤에 숨은 실제 주주는 위례자산관리와 같은 건물에 비슷한 시기 설립된 위례투자1~2호, 위례파트너3호, 에이치위례피엠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증권사와 이 투자회사들 간 구체적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례자산관리와 4개 회사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3억원을 준 혐의를 받는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모씨 이외에도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등재된 것이 드러났다.

성남시 위례신도시 A2-8블록 사업의 배당지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남시 위례신도시 A2-8블록 사업의 배당지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정금전신탁으로 실제 투자자 은폐 의혹

이 의원이 지난달 성남도시개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의 출자지분율은 5%, 배당지분율은 50%다. 2017년 3월 306억원의 수익 배당에서 보통주 10만주(주당 5000원)에 대한 배당금 301억5000만원 중 공사가 150억7500만원을 받았다. 나머지 150억7500만원에 대한 주주별 배당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당 지분율에 따라 위례자산관리와 투자회사들에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공시 등으로 추산한 주주별 배당 내역에 따르면 위례투자1호 등 투자회사의 ‘외관’인 증권사 배당 이익은 각각 30억원가량이다. 위례자산관리 등 5개 관련 회사가 보통주를 1만주씩 보유했다고 추정했다.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낸 위례신도시 A2-8블록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에 대한 정정 공고. [사진 성남도시개발공사 웹사이트]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낸 위례신도시 A2-8블록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에 대한 정정 공고. [사진 성남도시개발공사 웹사이트]

김 대표는 “5000만원씩 투자해 각 30억원을 받은 셈”이라며 “특정금전신탁 방식 투자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의 천화동인 1~7호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례 사업을 경험 삼아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한정하고 개인 주주들은 특정금전신탁으로 은폐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짰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푸른위례프로젝트는 2017년 9월 청산종결 했다가 이듬해 7월 등기를 되살렸다. 한 법무사는 “흔치 않은 사례”라며 “청산 안 된 잔여 재산의 발견 등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은 내부자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규 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유동규 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위례자산관리 정씨, 유동규에게 3억 준 혐의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의 자술서에서 “유 전 본부장이 ‘너희가 3억을 해줘 고맙지만 그 빚은 위례 사업으로 갚았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례신도시 사업은 진행 과정에서 성남시의회 보고 등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컨소시엄이 2013년 11월 20일까지 토지매매계약금 353억원을 내야 했지만 납부가 이뤄지지 않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점과 공모 일정을 갑자기 이틀씩 앞당긴 점, 사업계획서 마감 하루 만에 사업자를 선정한 점 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관해 이 의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첫 사업인 데다 흔치 않은 민관합동개발인데 성급하게 추진해 할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대장동 개발사업처럼 위례신도시 사업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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