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동규 "위례 개발팀이 대장동 맡아라"…'별동대' 편법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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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짜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사업 공모 전 자신의 측근을 담당자로 지목한 것이 시작이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되던 2015년 초 당시 개발1팀장(현 김모 개발1처장)과 개발2팀장(현 이모 개발2처장)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1팀장을 ‘낙점’한 것이다. “위례 개발을 개발1팀과 진행했으니 이번 대장동 개발도 그 팀과 진행하겠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개발 1·2팀장의 직속 상관(개발본부장)이 아닌 기획본부장이었지만, 대장동 개발 담당 부서를 직접 정했다고 한다.

“위례 개발 사업한 1팀이 대장동 맡아라”

성남도시개발공사. 이가람 기자

김 처장은 유 전 본부장이 리모델링 조합장을 맡고 있던 아파트의 시공사 영업부장 출신이며 그 인연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다. 그는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자였고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1·2차 평가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성남의뜰’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몫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위례신도시 개발은 김 처장 외에도 천하동인 4호와 5호의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민간으로 참여한 사업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캠프 대변인인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위례신도시에서 재미를 본 화천대유 세력과 유 전 본부장이 더 큰 이익을 챙기기 위해 바른말을 잘하는 간부 대신 위례 사업부터 함께한 간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별동대’ 전략사업팀 편법 구성

김모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6일 오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의 ‘머리’ 역할을 한 전략사업팀을 신설할 때에도 ‘이너 써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은 일반적으로 중요 부서를 신설할 때 외부 기관의 타당성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데, 그런 절차가 생략됐다. 유 전 본부장과 당시 이사장이 “2014년 8월 1일 자로 법무지원팀을 없애고, 전략사업팀(5명) 밑에 투자사업파트를 신설한다”는 내부결재 문서에 사인을 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공사를 떠났던 유 전 본부장이 그해 7월 14일 복귀하자마자 전략사업팀을 신설하면서 내부에서 뒷말이 많았다”고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의 ‘별동대’ 역할을 한 전략사업팀은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 작성에 관여했다. 사업을 담당한 개발1팀과 2팀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된 것도 이 시기다. 전략사업팀에는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 정용학 회계사의 지인인 김모 회계사가 포진해 있었다. 이 처장은 지난 6일 성남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개발 이후 경제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α(초과 이익)’를 검토해야 한다고 수기로 작성해 제출했는데 계약 완료 후 공모지침서를 확인해 보니 해당 내용이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 선정 뒤 화천대유가 낸 사업협약서 초안에 개발1팀 실무자가 ‘초과 수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묵살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초과이익 환수 장치를 만드는 건 당연하며 공통된 의견이었다. 당시 직원들도 의견이 묵살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들 쉬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정황이 담긴 문서가 존재하는 거로 알고 있다.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당시 실무 간부들을 불러 사업 설계 과정과 초과수익 환수 조항 추가 의견이 묵살됐는지 등을 조사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