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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강제징용, 외교 해법 모색 바람직” 기시다 “한국서 적절한 대응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8호 04면

문재인(左), 기시다(右)

문재인(左), 기시다(右)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일 관계 경색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피해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며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40분부터 30분간 기시다 총리와 처음 통화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뒤 “외교 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두 핵심 쟁점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한 뒤 “기시다 총리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했다”며 “외교 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통화 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에게 ‘일본 강점기 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로 인해 한·일 관계가 계속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을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교적 해결을 제시한 문 대통령과 달리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재판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선 조치’를 요구하며 이견을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원론적 공감대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대면 정상회담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도 “허심탄회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기시다 총리는 ‘현재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양국 정상의 통화는 지난 4일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 지 11일 만에 이뤄졌다. 그 사이 기시다 총리는 미국·영국·중국·러시아·호주·인도 정상들과 통화를 마쳤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이들 국가는 이른바 ‘1순위 그룹’으로 한국은 2순위 그룹으로 밀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한·일 정상 통화가 성사되는 과정에서도 일본 정부가 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등 의도적으로 통화 시점을 늦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한국 정부가 이에 반발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등 신경전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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