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무상증자 카드, 주주들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16 00:20

업데이트 2021.10.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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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15면

안동시 풍산읍 괴정리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 들어선 SK케미칼 백신 공장. [사진 안동시]

안동시 풍산읍 괴정리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 들어선 SK케미칼 백신 공장. [사진 안동시]

실전 공시의 세계

최근 SK케미칼이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이 회사가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건 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무상증자에 대해 일반적으로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인지 무상증자를 하겠다는 기업의 투자자 게시판에 가보면 항상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회사가 기존 주식 1주에 대해 무상 신주를 1주씩 배정한다고 합니다. 지금 주가가 1만원이고 10주를 갖고 있는데 추가로 10주를 더 받으면 보유주식 가치는 20만원이 되는 건가요?”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무상증자를 할 때는 증자비율만큼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춘 뒤 거래를 재개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예컨대 현재 주가가 1만원이고, 100% 무상증자(기존 주식 1주 당 무상신주 1주 배정)를 한다면 주가는 5000원으로 조정됩니다. 발행주식 수가 2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를 절반으로 낮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10주를 가진 주주 A는 무상신주 10주를 더 받아 총 20주를 가지지만, 보유 주식의 가치는 변함없이 10만원인 겁니다.

1만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진다면 투자자들은 아주 싸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울러 회사의 미래 전망이 밝다면 주가는 원래의 자리(1만원)를 찾아가려 할 겁니다. 무상증자 이후 주가가 7000원, 8000원 이렇게 오름세를 탄다면 주주들의 수익도 점점 커질 겁니다. 그래서 성장성이 좋은 기업이 무상증자를 하면 주가는 공시 직후 큰 폭으로 튀고,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SK케미칼은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기존 주식 1주당 0.5주 비율의 무상증자를 실시합니다. 이달 20일까지는 주식을 사야 무상신주 배정 대상이 됩니다. 21일에는 주식을 사봐야 무상신주를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이를 ‘권리락(權利落)’이라고 하는데, 권리락일에 앞에서 언급한 주가의 인위적 조정을 실시합니다.

10주 주주라면 무상증자로 주식 수는 15주가 될 것입니다. 권리락 전 주가가 30만원이었다면 20만원으로 조정된 뒤 거래됩니다. SK케미칼은 무상증자 공시를 내면서 배당 확대 정책도 밝혔습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당기순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의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중간배당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부진한 주가흐름에 대해 팽배한 주주 불만을 의식한 조치로 보입니다.

최근 싱가포르 헤지펀드가 SK케미칼에 주주서한을 보냈습니다.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8.43%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니, 이 중 18.3%를 매각해 주주들에게 배당하라는 요구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시가총액은 18조3000억원 정도 됩니다. 단순 계산으로 SK케미칼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2조4000억원입니다. 현재 SK케미칼 시총은 3조7000억원에 불과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가치를 50% 할인해도 6조원이 넘는데 말입니다.

SK케미칼이 유틸리티 공급 사업부문을 물적분할(100% 자회사화)키로 한 데 대한 주주들의 반발도 사상 첫 무상증자와 배당 확대 카드를 내놓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는 회사에 대한 주주 신뢰도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SK케미칼은 이번 카드는 주주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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