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헌의 실전 공시의 세계

‘껍데기 회사’ 스팩 주가 이상 급등, 돈 놓고 돈 먹기 식 투자 ‘쪽박’ 우려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20

업데이트 2021.10.0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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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15면

어떻게 하면 좋은 기업의 주식을 고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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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공시의 세계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첫 날 이른바 ‘따상’을 기록했다’, ‘유진스팩7호는 국내 스팩 사상 최고인 3293대1 일반청약 경쟁을 기록했다’. 최근 이런 증권 뉴스를 본 독자들이 있을 겁니다.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말 그대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만들어진 ‘껍데기 회사’로 불립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현금만 있고 실제 사업은 없는 껍데기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팩은 여러 금융회사가 출자해 설립합니다. 이후 일반투자자의 청약을 받아 신주를 발행하고 상장합니다. 이 때 신주 공모 내용과 자세한 회사 소개 등을 담은 IPO 증권신고서를 공시합니다. 스팩의 신주 공모는 주당 2000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IPO를 마친 스팩은 대개 수백억원의 현금(공모자금)을 보유하면서 일반 소액주주 지분율이 90%가 넘는 상장회사가 됩니다.

이후엔 합병대상(비상장사)을 물색합니다. 예컨대 A스팩과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 B사간 합병이 성사됐습니다. B사는 전기차 부품사업과 관련한 자산 및 부채를 모두 A스팩으로 넘기고 소멸합니다. 스팩보다는 비상장사의 주당 가치가 훨씬 높습니다. 합병 과정에서 A스팩은 소멸하는 B사 주주에게 A스팩 신주를 그만큼 많이 발행해 보상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합병이 끝나고 나면 B사 대주주가 합병사의 대주주가 됩니다.

전기차 부품회사가 된 A스팩은 합병사의 사명도 기존 B사로 바꿉니다. 이렇게 되면 B사가 A사의 몸을 빌려 상장을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회상장을 한 것입니다. 합병 상장회사(B사)는 수백억원의 보유 현금(A스팩 시절 확보한 공모자금)을 시설투자 및 영업자금으로 활용해 전기차 부품 사업을 키울 겁니다.

스팩 IPO 때 주당 2000원에 신주를 받은 소액주주 가운데 합병 때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합병사(B사) 주가가 2000원보다 크게 오르면 매각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팩이 상장한 이후 주식시장에서 주당 2500원에 매수한 주주라면 합병사 주가가 2500원보다는 훨씬 더 올라가기를 바랄 겁니다.

이렇게 누이 좋고 매부 좋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스팩의 상장을 두고 요즘 말이 좀 많습니다. 상장 이후 주가가 이유 없이 과도하게 급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팩 주가가 3000원(공모가 2000원)을 넘어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스팩 시가총액이 높아지면 합병 대상이 될 우량 비상장사가 합병비율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합병 제안을 해도 응하지 않을 겁니다. 스팩은 3년 내 합병하지 못하면 투자원금(공모가 기준)에 약간의 이자를 붙인 금액(2050원 안팎)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청산해야 합니다.

6월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이후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장중 1만2450원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주가는 우하향해 최근 4900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밖에 한화플러스2호 등 여러 스팩이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가 이상 급등했다 쭉 빠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급등 구간에서 추매한 투자자 가운데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팩 투자자가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흐르면 결국 개인 투자자들은 공모에 참여했던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물량을 받아내는 불쏘시개 역할만 하고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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