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장동 입찰' 외환은행, 왜 하나은행 컨소에 800억 대출의향서 냈나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13:45

업데이트 2021.10.13 17:40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3개 입찰사 중 하나인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에 참여한 외환은행이 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에도 800억원대 대출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사업에 입찰한 3개 컨소시엄 참여회사 중 다른 컨소시엄에도 대출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외환은행이 유일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모습. 뉴스1

1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사업 계획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자본 조달 계획을 보면,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외환은행(800억원)을 포함해 금융사 13곳에서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대출의향서를 받았다. 대출의향서는 한 금융회사가 차주(돈 빌리는 주체)에게 대출 실행을 약속하는 서한이다. 통상 대규모 택지 개발을 위해선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데, 여러 금융사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마련한다. 첨부된 의향서에서 외환은행은 "귀행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남 대장동 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참여와 관련해 당행 규정상 대출 의사결정기구의 최종 승인을 전제로 대출 참여의향이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적었다. 공문 상단에 표기된 수신자는 하나은행 투자금융부 부동산금융팀, 참조자는 하나은행 이모 부장이었다.

문제는 당시 외환은행이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탈락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리츠종금증권·외환은행)에 출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컨소시엄 내 외환은행 지분은 11%이고, 5800억원을 대출해주는 것으로 계획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가 진행된 2015년 3월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다. 하나금융은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5년간 독립 경영을 유지키로 했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조기 합병을 추진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2014년 10월 합병 계약을 맺었고, 2015년 9월 1일 통합됐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2015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한 '대장동 개발' 사업계획서에 외환은행 대출의향서가 첨부돼 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2015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한 '대장동 개발' 사업계획서에 외환은행 대출의향서가 첨부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지주 안에 있는 두 은행이 서로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은 당시 합병 전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이었기 때문에 경쟁 차원에서 가능했을 수 있다"면서도 "외환은행이 다른 컨소시엄에 대출의향을 밝힌 건 업계 불문율에 어긋나는 '이중 플레이'로,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메리츠 컨소시엄을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메리츠 측이 대출의향서를 받은 곳도 두 곳뿐으로, 하나은행(13곳)·산업은행(17곳) 컨소시엄에 비해 현저히 적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은행이 대출해준다는 의사만으로도 상대 컨소시엄을 이롭게 한다면 이해 상충 소지가 있다"며 "들러리 의혹이 사실이면 입찰의 공정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대출참여 의향을 밝힌 것일 뿐, 실제 대출은 나가지 않았다"며 "(외환은행의 대출의향서 제출은) 당시 법률적 검토를 거친 금융기관의 일반적인 영업 행위라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는 독립 경영 체제여서 두 은행 간 정보 교류 또는 지주사의 조율·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담합 의혹에도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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