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개국 디지털세 합의…삼성전자 법인세 1.5조 해외 낸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1 00:02

지면보기

종합 02면

글로벌 ‘디지털세’ 부과에 세계 136개국이 최종 합의했다. 구글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업하면서 세금 부담을 줄여 온 글로벌 기업이 2023년부터는 매출을 올린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2023년부터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글로벌 기업은 매출을 낸 시장소재국에도 세금을 내야 한다(필라 1). 기업의 이익 중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이익 가운데 25%는 시장이 기여해 창출된 것으로 보고, 고정 사업장이 없다고 해도 해당 국가에 과세권을 준다는 의미다.

2030년 대상 확대, 국내 3~5개 기업 해당

디지털세 부과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디지털세 부과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라 1을 적용한 디지털세 납부 기업으로 거론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내년 매출 316조8000억원, 영업이익 62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 300조원에 영업이익이 60조원이라고 가정하면 영업이익률은 20% 수준이다. 글로벌 디지털세 계산식을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초과이익(30조원)의 25%인 7조5000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중 매출 비중에 따라 해외(84%) 6조3000억원이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다.

여기에 OECD 평균 법인세율(23%)을 적용하면 삼성전자가 해외에 내는 세금은 1조4490억원에 달한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업이익률이 상향될 경우 초과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해외 납세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며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디지털세 도입의 영향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내 자동차·중공업 부문에도 다국적 기업이 있으나 당장은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30년부터는 디지털세의 매출액 기준이 현재의 200억 유로(27조원)에서 100억 유로(14조원)로 낮아지며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정부는 이에 따라 디지털세 납부 대상 국내 기업이 3∼5개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2023년부터 15%의 글로벌 최저한세율도 도입된다(필라 2). 연결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세가 실질적으로 도입되려면 각국의 다자협정·모델 규정 마련을 비롯해 국내법 개정 등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며 “실제 도입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디지털세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디지털세 도입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필라 1은 기업 매출에 대한 과세권을 각국이 나눠 갖는다는 취지다. 기업 입장에서 세금 납부 대상 국가는 많아지지만, 납부해야 할 세금 총액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세금을 신고, 납부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납세협력비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세 합의안 주요 내용

디지털세 합의안 주요 내용

이 과정에서 중복 과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별도 소득공제·세액공제 등 장치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컨대 한국의 다국적 기업이 시장 소재국에 납부하는 디지털세를 국내에 납부하는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이 시장 소재국에 내야 하는 세금을 비용으로 인정해 본국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 방식으로 공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중과세 제거 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에 디지털세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의 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세율이 낮은 외국에 법인을 둔 기업의 경우에는 필라 2에 따라 종전보다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최저한세율인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국내 기업이 세금 부담을 피하고자 실효세율이 10%인 나라에 자회사를 뒀다면, 이 기업은 앞으로 최저한세율에 미달하는 5%만큼의 세금을 본사(최종 모회사)가 있는 한국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OECD의 이번 디지털세 합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국가 간 과세권 문제나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적용 대상이 당초 IT 업종에서 대부분의 업종으로 확대되고, 최저한세율(필라 2) 적용 대상에 국내 수출기업이 상당수 포함된 점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페이퍼컴퍼니 통한 조세회피 차단

세수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이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보다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대기업이 국내에 내는 세금이 더 많다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다른 나라에서 영업하는 한국 기업도 조세를 부담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기반도 확보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납부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과세권을 행사하는 게 훨씬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초까지 디지털세의 기술적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내년 중 관련 세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