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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장동 의혹 커지는데 동문서답만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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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열린캠프 대장동 TF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은 국민의힘 측과 결탁한 민간 토건세력이 민간개발을 주도했다”며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힘-토건 게이트 당사자들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10.6 임현동 기자

이재명 열린캠프 대장동 TF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은 국민의힘 측과 결탁한 민간 토건세력이 민간개발을 주도했다”며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힘-토건 게이트 당사자들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10.6 임현동 기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사라져 업자만 폭리

여당·시민단체·진보언론서 연일 경고음

이재명, 의혹 해명해 국민 납득시켜야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내부에서 초과 이익 배분을 건의했으나 묵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의혹은 유동규 당시 공사 기획본부장에게로 쏠린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인지 여부도 쟁점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어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화천대유가 2699억원의 추가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자랑해 온 민관 합동 개발의 허점도 지적했다. 화천대유의 횡재를 두고 연일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 지사 측은 ‘토건세력, 국민의힘, 보수언론의 이재명 죽이기’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사태 초반부터 이 지사는 역공에 몰두했다. 수사를 의뢰한 사람도 이 지사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이 드러나자 페이스북에 ‘감옥 안 가는 주문 하나 알려드리겠다’며 ‘부패지옥 청렴천국’이라고 썼다. 정작 구속 1호는 자신과 일했던 유 전 본부장이었다. 이쯤 되면 성의껏 소명에 나설 법도 하지만 토건세력·야당·보수언론 탓만 한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인 데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와 협의도 없이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31.0%인 데 비해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한 응답자가 50.6%라고 보도한 언론은 경향신문이다. 두 신문이 보수 언론인가.

이낙연 캠프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이 지사를 “대장동 게이트 핵심”으로 지목했다. “이 후보에게 배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일 ‘이재명 후보가 다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는 것이 나오면 이재명이 아니라 민주당이 다 죽는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대장동 개발 의혹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이 지사 캠프(민형배 의원)에선 “청와대가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건 큰 사건이 벌어지면 늘 쓰는 표현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만 봐도 청와대가 ‘엄중하다’고 하면 매우 엄중했다. 지난 6월 광주 건물붕괴 참사와 공군 부사관 성폭력 사망사건이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을 때 ‘엄중’이란 표현을 썼다. 주한 일본대사관 2인자가 지난 7월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성적 행위에 비유해 파문이 일었을 때도 이 단어가 등장했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되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유로 꼽힐 정도였다. 이 지사 측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사는 언제까지 토건세력, 국민의힘, 보수언론 타령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할 요량인가. 매일 대장동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설명해 국민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그것이 대장동 의혹에 ‘이 후보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한 50.6%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