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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맞았는데 나몰라라” 백신 부작용 피해자 가족들, 국감서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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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상 반응을 모두 책임지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딸이 백신을 접종했는데 사망했다. 두 달 뒤엔 인과성 인정이 어렵다는 심의 결과를 받았다. 이의 제기를 하고 싶어도 부검소견서가 없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이남훈씨는 이렇게 말했다. 국감장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이 참석했다. 여야는 이상 반응 피해 보상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은 정부의 이상 반응 심의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이남훈씨의 22세 딸은 지난 7월 26일 모더나 백신을 맞았고, 5일 뒤 혈전증 증상을 보이다가 12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이상 반응을 신고받은 방역당국은 질병청에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의뢰했지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씨는 “역학조사관은 백신과 인과성이 있다고 봤는데 심의 결과는 4-2(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였다”고 말했다. 결과를 예상 못 하고 부검 없이 장례를 치렀다. 이씨는 “이제는 부검소견서가 없어 이의신청도 못 한다”며 “행정 절차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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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을 맞은 다음 날 아버지가 심정지로 사망한 안현준씨도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이 없다는 근거를 제대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안씨는 “제약회사가 백신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면책권을 받아내지 않았느냐”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정부가 인과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이 “(면책권은) 모든 제약사가 동일한 나라에 동일한 기준으로 요구한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이상 반응이 나올 경우) 국가에서 먼저 책임진다”고 답했다. 이에 안씨는 “몇 명한테 무슨 대응을 했는지 공개적으로 언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가 직접 이상 반응 신고를 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근하씨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받고 골수이식까지 했다. 투병 중에 어렵게 참석한 김씨는 “신고와 보상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번거로운데 환자나 그 가족이 직접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감장에서는 피해자 가족의 오열도 이어졌다. 이현희씨는 “대통령이 고위험군과 기저질환자 먼저 접종하라고 해서 당뇨와 혈압 등을 앓던 75세 어머니가 먼저 접종했는데 길랭-바레증후군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고통스럽다. 대통령과 질병청 모두 국민에게 한 약속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지자체별 전담 콜센터 운영 ▶이상 반응 환자 전담 공공병원 신설 ▶지자체 피해조사 심의 과정에 피해자 가족 입회 등을 요구했다.

이날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질병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사망 및 중증 신고 1586건 중 7건만 인과성이 인정됐다”며 “정부가 너무 폐쇄적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민석(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먼저 이분들에 대해 1차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환자들을 위한 대책을 검토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응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정부 내에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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