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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 소주보다 더 많이 팔렸다...이변 만든 독한 술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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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 주류수입업체인 아영FBC는 최근 위스키 3000병을 완판했다. 지난 8월 들여온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 위스키인 벤로막이다. 연식에 따라 병당 12만~42만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도 모두 팔렸다. 아영FBC 측은“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 소비가 늘고 있어 위스키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싱글몰트 위스키 소비가 늘어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쇼핑]

[사진 롯데쇼핑]

최근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위스키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위스키는 총 1억617만 달러(1263억원)어치가 수입됐다. 지난해 전체 수입 규모(1억3246만 달러)의 80%를 이미 넘어섰다. 사실 위스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비가 줄어들고 있었다. 저(低)도주를 즐기는 분위기에 밀려 알코올 도수가 40°를 넘는 위스키는 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위스키를 팔던 주점들도 대거 문을 닫았다.

하이볼 인기에 토닉워터·얼음까지 매출 껑충 

위스키의 부활은 가정 내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집에서 가볍게 주류를 즐기는 ‘홈술족’에 더해 ‘홈텐딩(홈+바텐딩ㆍ집에서 직접 칵테일을 만드는 것)’ 열풍이 불면서다. 소비 방식도 과거와 다르다. 소주나 맥주처럼 한 번에 다 마시기보단,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칵테일을 만들어 천천히 즐기는 이가 많다. 유튜브나 SNS 등에선 하이볼을 비롯한 위스키를 활용한 칵테일 제조법이 인기다. 특히 위스키에 탄산수 등의 음료를 섞어 만드는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 매출까지 끌어올렸다.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위스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7%가 늘었다. 같은 기간 토닉워터(86% 증가)와 얼음(40.1%) 매출도 증가했다.

연도별 위스키 수입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도별 위스키 수입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명절엔 위스키가 소주 매출 넘어서 

유통업계에서 위스키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 회사 전체 주류 매출에서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에 이른다. 이마트 측은 ”설ㆍ추석 연휴 기간에는 위스키 매출이 소주 매출보다 커지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부 인기 위스키는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롯데백화점 김승영 주류 치프바이어는 “대표적인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켈란, 발베니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백화점에 들어오는 물량은 들어오기 무섭게 팔려나간다”며 “일부 위스키는 어떻게 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올들어 위스키 매출이 38%나 커졌다.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 위스키인 벤로막. 출시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수입 물량(3000병)이 모두 팔렸다. [사진 아영FBC]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 위스키인 벤로막. 출시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수입 물량(3000병)이 모두 팔렸다. [사진 아영FBC]

사정이 이러니 주류업체들은 앞다퉈 위스키를 들여오고 있다. 기존엔 위스키를 취급하지 않던 업체들까지 뛰어들었다. 스토리가 있는 위스키가 특히 인기다. 지난 3월 위스키 ‘임페리얼’로 유명한 드링크인터내셔널의 자회사 인터리커는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 중 하나인 '디 오픈 챔피언십' 공식 위스키인 '로크로몬드'를 출시했다. 골프 마니아들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주류업체인 트랜스베버리지는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그란트(Glen Grant) 15년’를 들여왔다. 글렌그란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유명한 싱글몰트 위스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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