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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살해한 그놈은 '4살 수준' 지적장애자…美 뒤집은 사형수

중앙일보

입력

5일(현지시간) 오후 6시 11분. 미국 미주리주 본테레의 주립 교도소에서 한 수감자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름은 어니스트 존슨(61). 27년 전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미 미주리주 교정부가 공개한 어니스트 존슨(61). [AP=연합뉴스]

미 미주리주 교정부가 공개한 어니스트 존슨(61). [AP=연합뉴스]

이날 미주리주 교정국 발표에 따르면 존슨은 마지막 진술서에 “미안하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반성한다”는 말을 남겼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변호사 등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 사람들에게는 감사의 뜻도 전했다.

사형수 존슨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지만 미국의 사형 제도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존슨이 지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존슨의 이야기는 1994년 2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날 그는 미주리주 콜롬비아의 한 주유소에 침입해 직원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수사 결과 그는 마약 살 돈을 훔치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 여자 친구의 18살 아들을 통해 권총을 구했고, 마지막 손님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범행 장소로 진입했다. 그는 금고 열쇠가 없다던 주유소 관리인이 변기에 열쇠를 흘려보내는 것에 화가 나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이후 망치 등 흉기로 추가 공격해 관리인 메리 브래처(46)와 직원 메이블 스크럭스(57), 프레드 존슨(58)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존슨이 사형 집행 전 남긴 진술서. 그는 ″미안하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abc12뉴스 영상 캡처]

존슨이 사형 집행 전 남긴 진술서. 그는 ″미안하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abc12뉴스 영상 캡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유소 화장실과 냉장고에서 희생자들을 발견했다. 인근 들판과 존슨의 여자친구 집에서는 피 묻은 신발과 옷, 드라이버 등 범행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들이 연이어 발견됐다. 존슨은 범행 몇 시간 만에 체포됐다.

당시 이 사건은 지역 사회를 뒤흔들었다. 담당 검사 케빈 크레인은 “끔찍하고 충격적이고 강렬한 범죄였다”고 기억했다. 1심과 2심 모두 그의 1급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2006년 마지막 판결도 같았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그의 정신·신체 상태가 논란이 됐다. 지능지수(IQ) 등 지적능력 검사 결과는 5세 이하 수준이었다. 존슨 측 변호사 제레미 와이즈는 그가 선천성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앓고 있다고도 밝혔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은 산모의 과도한 음주로 태아에게 신체적·정신적 결함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뇌의 크기가 정상아보다 작기 때문에 지적장애나 학습장애, 발육 장애 등이 나타난다. 2008년에는 양성종양으로 뇌 조직의 20%를 제거했다.

27년 전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어니스트 존슨(61). [AFP=연합뉴스]

27년 전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어니스트 존슨(61). [AFP=연합뉴스]

와이즈는 이런 사실을 토대로 미주리주 대법원에 사형 집행 중지를 요청했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처형은 금지한다는 수정헌법 8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존슨의 사례는 지적장애인의 사형 집행의 정당성을 놓고 미국 내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란은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움직였다. 교황은 대리인을 통해 마이크 파슨 미주리주 주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존슨의 사면을 촉구했다.

교황은 편지에서 “(사형 집행 중지 요청은) 존슨의 낮은 지적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사형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생명의 신성불가침에 대한 문제라는 사실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형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공격으로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밖에 많은 주의 가톨릭 지도자, 하원 의원, 인권 단체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존슨의 사형 집행을 결정한 미주리주 주지사 마이크 파슨. [AP=연합뉴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존슨의 사형 집행을 결정한 미주리주 주지사 마이크 파슨. [AP=연합뉴스]

하지만 주 대법원은 물론, 연방 대법원까지 사형 집행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존슨이 범죄에 대한 세부 사항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평균 이하의 지능이라도 범행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리고 4일 파슨 주지사가 사형 집행 명령을 발표했다.

사형 집행은 결정 하루 만에 이뤄졌다. 존슨은 약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당했다. 변호인 측은 존슨이 간질 발작을 일으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며 총살형을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기각됐다.

존슨의 사형 집행이 강행된 뒤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존슨 처형에 반대해온 민주당 코리 부시 하원의원과 엠마누엘 클리버는 하원의원은 “인도에 반하는 범죄”라고 강력 규탄했다. 특히 부시 의원은 존슨이 흑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인종 차별이라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미국에서 사형 당한 사형수는 존슨을 포함해 7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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