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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보낼테니 접수를” 김웅 녹취파일 복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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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월 조성은씨에게 자료를 보내기 직전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줄 테니 검찰에 접수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조씨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6일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조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이던 김 의원과 조씨의 지난해 4월 3일 통화 내용이 녹음된 녹취 파일 2건을 최근 복구했다. 이 녹취 파일에 따르면 김 의원은 범여권 정치인 3명의 고발장과 첨부 자료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던 조씨에게 보내기 직전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줄 테니 서울남부지검에 접수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료를 보낸 뒤 다시 전화를 걸어 “(남부지검이 아니라) 대검에 접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달 10일 JTBC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꼭 대검 민원실에 접수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야당 “박지원 입건 구색 맞추기” 여당 “야당 협잡 파헤쳐야”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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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이 포렌식 결과를 토대로 이날 정 의원 사무실과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자문위원이었던 조상규 변호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김 의원의 검사 선배이기도 한 정 의원은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당시 고발장 초안을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에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당무감사실은 이 초안을 조 변호사에게 건넸고, 조 변호사는 이를 바탕으로 고발장을 작성했다.

이 고발장은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보호관이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이던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 문건과 내용이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이 전달받은 검찰발 고발장 문건이 당내에서 최종적으로 정 의원에게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의원은 압수수색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 검사 등이 사무실에 있는 서류·컴퓨터·휴대전화 등을 살펴봤지만 특별한 관련 자료를 찾지 못해 그냥 돌아갔다”며 “애초에 문제가 되는 문건과 나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그것과 관련된 자료를 여기서 찾아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관련 일지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관련 일지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대장동 이슈를 덮기 위해 ‘야당 탄압, 재명 수호’에 나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의 얼토당토않은, 터무니없는 압수수색”이라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해야 할 건 성남시청,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재명 경기지사의 집무실과 비서실, 김만배씨의 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장동 게이트’는 열흘이 지나서야 겨우 고발단체 하나 조사하더니, 실체 없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야당 의원 압수수색만 두 번째로 했다”며 “현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몸부림을 보고 있자니 처연하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국정감사 기간에 강행된 압수수색이라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편 공수처는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박 원장은 고발 사주 의혹 첫 보도일(9월 2일) 직전인 지난 8월 제보자 조성은씨를 두 번 만난 것으로 밝혀져 제보 과정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원장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지난달 13일 박 원장과 조씨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어 15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 연루 의혹이 제기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언급한 것은 경선 개입”이라며 박 원장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박 원장 입건에 대해서도 “구색 맞추기”라고 비판했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박 원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입건 아니냐”고 주장했고,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박 원장 입건에 상응하는 압수수색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선택적 분노에 말문이 막힐 정도”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수사를 통해 정치 검찰과 야당의 협잡과 모략, 공조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낱낱이 파헤쳐지기를 바란다”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야당 탄압 운운하면서 시간 끌기나 물타기 대응할 생각 말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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