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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장동 개발에 초호화 법조인 고문단 왜 필요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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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의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의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50억 클럽’ 명단 공개되며 의혹 더 커져

권순일-김만배 거래 의혹 철저히 밝혀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 국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50억 약속 클럽’의 명단이라며 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50억원씩 주기로 약속했다는 인사들이다. 자녀들을 통해 성격이 의심스러운 금품·부동산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난 곽상도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거액의 고문료 수수와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권순일 전 대법관 외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언론인 홍모씨 등이 추가됐다.

박 의원은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복수의 증언이 근거라고 주장했지만 당사자들은 전면 부인한다. 그러나 사실일 개연성이 있다.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조로 받은 돈의 액수가 50억원이란 점부터 의구심을 키운다. 박 전 특검의 경우 딸이 지난 6월 화천대유 소유 대장동 아파트 1채(84㎡)를 분양받았고, 먼 친척 분양업자에게 수상한 돈 100억원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50억 클럽 소문이 사실일 것이란 국민적 의혹이 커진 만큼 검찰과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실체를 가려야 한다.

이들 말고도 화천대유에는 이창재 전 법무차관, 강찬우 전 검사장, 이경재 변호사 등이 고문·자문을 맡고 있다. 지역의 작은 부동산 개발 회사가 ‘사설 로펌’을 방불케 하는  거물급 법조인들을 대거 영입한 데는 필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만배씨는 “좋아하던 형님들이라 모신 것이지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장동 특혜 개발 등에 대한 뒤 봐주기 혹은 보은 차원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이들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뇌물 로비 혐의 등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권 전 대법관의 처신은 비상식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그 후 퇴임 두 달 만에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매달 1500만원을 챙겼다. 그래놓고 “이 지사와 관련된 회사인 줄 몰랐다”는 억지 변명을 내놨다. 법원의 직급별 판사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권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취업 적절성 문제를 논의한다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특히 김씨가 이 지사 판결을 전후해 권 대법관 사무실에 여러 차례 드나든 것으로 나타난 이상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진상도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대장동 사건은 부동산 특혜 개발 문제 못지않게 고위 법조인들이 고도의 윤리의식과 공익성을 저버린 채 이권에 개입할 경우 어떤 부조리를 양산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고위 ‘전관(前官)’ 법조인들의 일탈로 인한 피해 역시 국민에게 돌아간다. 화천대유·법조인 간 숨은 거래를 낱낱이 밝혀야 하는 이유다.